복지부 집계, 파업 첫날 휴진 신고 ‘6.4%’로 1차 파업 대비 참여 저조 환자단체들, 연이은 파업으로 인한 ‘직무유기’ 비판 최대집 회장 “국민께 죄송하지만… 정부, 강력 대처 시 무기한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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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300명대로 늘어난 가운데 오늘(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2차 전국의사 총파업이 시작됐다. 정부가 꺼내든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고 전공의들과 동네의원까지 참여하는 대정부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 첫날은 예상보다 파업 참여 인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추후 연속적 파업이 진행될 경우 의료공백이 우려된다. 의료계와 정부는 조속한 협의를 통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만2787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6.4%인 2097곳이 휴진을 신청했다. 27일에는 전체의 5.8%인 1905곳, 28일에는 4.6%인 1508곳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지난 14일 1차 총파업 당시 전체 개원가 약 33% 참여 대비 현격히 줄어든 수치다. 그간 의협 집행부의 강력한 호소에 2차 파업 참여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날 본지가 서울 강남, 종로구를 중심으로 10곳의 의원에 문의한 결과, 1곳을 제외하고 다 문을 연 상태였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서울 소재 한 내과의원은 “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고 집행부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는 상황 속 환자들의 안위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기에 문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전반적 시각은 의대정원 확대 등 일련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반대하지만 3일 연속 파업을 강행하기엔 부담을 느끼는 개원가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 환자들의 울분, “국민을 볼모로 잡지마라” 

    코로나19 재유행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병상공급 부족 문제가 현실화된 상황 속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전공의들에 이어 개원가까지 총파업을 진행하자 환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전공의 집단휴진과 14일 1차 의사파업 이후 환자의 피해와 불편이 가중하고 있다. 그런데도 의협이 2차 총파업을 강행하는 데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환자 치료를 거부하는 건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역시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보다는 이익집단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휴진 및 의료현장의 이탈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지금의 파업과 휴진을 즉각 중단하고 생명과 치료에 한시가 급한 환자들에게 병원현장에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며 당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의협 주도의 파업을 비판하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의협 해체’를 비롯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자들의 울분이 커지자 최대집 의협회장은 “단체행동에 돌입하게 된 점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스럽다. 정말 돌아가고 싶다. 빠른시일 내 다시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저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밝혔다. 

  • ▲ 좌측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 좌측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 파업 당일 ‘업무개시 명령’으로 충돌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 추진으로 말미암아 의료계 파업이 진행됐지만 이날 복지부의 ‘업무개시 명령’으로 인해 더 큰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정부는 26일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하며 무기한 집단휴진(파업)에 나선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고, 이에 의협은 업무개시 명령을 '악법'으로 규정하면서 무기한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전 8시 기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폐업해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의료인 및 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이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의료인 결격 사유로 인정돼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의료계는 더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갈등은 잡히지 않고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한 후배 의사 단 한 명에게라도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 등 무리한 행정조처가 가해진다면 전 회원 무기한 총파업으로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