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원금 끊기면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회복 시점 불투명… 버텨낼 곳 없다이미 직원 수 대폭 감소… 호텔도 막막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구조조정의 계절이 찾아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는 단지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고 있다. 소비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업의 대표적 업종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지속가능경영 가능성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인력 감축, 희망퇴직 등 다양한 고용불안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유통, 외식, 숙박, 여행업 등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대표 업종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팬데믹 반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특별고용지원금으로 버티던 여행·면세점업계의 표정이 더욱 침울해졌다. 정부가 이들 지원 기간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회복 시점이 불투명해 소규모 업체의 폐업 러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업체의 경우에도 올해가 지나도록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8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운영하는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관광수입은 11억9000만 달러(한화 약 1조4137억원)를 기록했다. 2003년 2분기(11억1400만 달러) 이후 17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록 여행사는 2만1617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600여개나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올해 초부터 수입이 사실상 '제로'인 상태가 이어지자 대형 홀세일 여행사들도 버티지 못하고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이들 상품을 취급하는 영세 대리점들은 폐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업계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여행업, 면세점 등 8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사업주가 해고 대신 유급휴업·휴직을 선택하면 관련 수당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해왔다. 특히 정부가 9월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을 내년 3월 31일로 연장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도 현행 180일에서 240일로 늘리면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나마 이 지원금으로 버티던 업체들도 코로나19 장기화에 폐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데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팬데믹의 반복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탓이다. 

    고용 한파 역시 거세다. 업계는 현재 유·무급휴직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원금이 끊기게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미 다수 여행사들의 직원 수는 쪼그라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하나투어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지난해 말 147명에서 올해 6월말 기준 74명으로 49.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정규직도 2353명에서 2332명으로 줄었다. 소속 외 근로자는 12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1인 평균 급여액도 3600만원(연)에서 1400만원(반기)으로 감소했다.

    모두투어 역시 기간제 근로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1명이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54명으로 반토막 났다. 소속 외 근로자도 작년 말까지 19명이 있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한명도 남지 않았다. 1인 평균 급여액도 역시 지난해 44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지만 올해 6월말 기준 1800만원으로, 반기인 것을 감안해도 대폭 줄었다.

    레드캡투어의 정규직은 425명에서 390명으로, 기간제근로자는 21명에서 16명으로 각각 줄었다. 소속 외 근로자도 63명에서 56명으로 감소했다. 자유투어는 지난해말 132명의 직원이 근무했지만 올해 6월말 기준 33명으로 줄었다. 

    면세점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국토교통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공항 상업시설 매출 및 감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김포공항 등 전국 14개 공항을 통합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올해 3월부터 연말까지 면세점 등 공항 상업시설에 8452억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감면할 예정이다. 임대료 인하로 이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고용 유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내 상업시설에는 763개 매장에서 1만6377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올해 7월말 기준 9721명만이 정상 근무하고 있다. 59.4%만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40.6%는 퇴직하거나 휴직 중인 것이다.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특허권 기간만료에 따라 영업을 정지하면서 면세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하나투어 측은 "특허 신청시 부여받은 설치·운영기간의 만료로 영업을 종료했다"며 "코로나19(COVID-19)사태 장기화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던 상황으로 추가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SM면세점은 지난 3월 서울 시내점 특허를 반납한 데 이어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하고 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의 재입찰 포기를 선언, 2터미널 출국장과 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에 대해서도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공사와 면세점 운영 업체들이 임대료 감면, 고용안정 상호 협력 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면세점 역시 기약없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지원금 종료 기한이 임박하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국내 투숙객을 잡는 호텔업계의 경우 여행·면세점보다는 상황이 조금 낫지만 호텔업계 역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호텔업계 전반에도 현장에서 필요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유·무급휴직을 들어간 직원들이 많다. 

    여기에 글로벌 4위 규모의 아고다는 지난 6월 직원 1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 직원 4000여 명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대형 감축이다.

    국내 최대 호텔 체인인 롯데호텔도 16년 만에 처음으로 명예퇴직에 돌입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6월 만 58~60세 직원을 대상으로 ‘시니어 임금제도’를 시행한다고 내부 공지했다. 이번 임금제에는 기존 임금피크제 외에 명예퇴직제가 새로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