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지 않는 사기의혹… 창업자 밀턴 전격 사임美 SEC 등 조사 착수… 후폭풍 예측 불허1200억 투자 한화, 미국 수소사업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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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콜라

    한화그룹이 니콜라 사기 의혹으로 난감한 분위기다.

    1억 달러를 투자한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기술이 없고 주행 시연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는 니콜라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에 따라 한화그룹의 미국 수소사업 프로젝트에 차질이 우려된다. 투자 결정에 관여했던 김동관 부사장에게 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

    22일 니콜라의 창업자 겸 CEO인 트레버 밀턴 회장이 전격 사임했다.

    밀턴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과 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20%(주식가치 28억 달러)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기로 했다. 후임으로는 스티븐 거스키 전 GM 부회장이 선임됐다.

    밀턴의 사임은 지난 10일 공매도 전문 리서치기관인 힌덴버그가 니콜라에 대해 사기 의혹을 제기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힌데버그는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생산할 기술이나 설비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선보인 수소전기 트럭의 주행 영상도 언덕에서 굴린 것이라며 조작설을 제기했다.

    그동안 밀턴과 니콜라는 이같은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결국 사임하면서 시장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니콜라는 지난 6월 나스닥에 상장해 한때 포드자동차 시가총액을 넘을만큼 급등했다. 주당 79.73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전일 대비 19.33% 하락한 27.58달러로 장을 마쳤다.

    니콜라와 관련된 한화그룹 내 상장사인 한화솔루션도 전일대비 7.40% 하락했다. 한화솔루션은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의 모회사이다. 

    문제는 니콜라 사기 의혹이 밀턴 회장의 사임으로 더욱 증폭되면서 한화그룹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여부다.

    한화그룹은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 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특별한 움직임을 보일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니콜라 투자가 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고, 니콜라와 진행하기로 했던 미국 내 수소사업이 무산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의 성과가 퇴색되고, 오히려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2018년 11월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벤처기업 니콜라의 지분 6.13%를 확보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내 투자를 위한 스타트업 발굴 과정에서 니콜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투자 결정 과정에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트레버 밀턴 회장도 직접 만나 비전을 공유했다. 덕분에 나스닥 상장으로 니콜라의 주가 급등 시에 김 부사장의 경영능력과 안목이 주목을 받았다.

    이런 성과가 하루 아침에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화그룹 내부적으로는 난감해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에 한화그룹이 어떤 움직임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니콜라는 2023년 수소전기트럭을 상용화하고, 2027년까지 미국 등북미지역에 수소충전소 1200여개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니콜라 지분을 투자한 한화그룹은 수소충전소 관련 사업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다.  

    구체적으로 한화에너지는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한화큐셀은 태양괄 발전에 필요한 모듈을 공급한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했으며,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