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 "코로나에 추석 대목 사라져"편의점 점주들 "2.5단계부터 매출 하락" 울상코로나 장기화로 폐업 공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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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자영업은 그야말로 소비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폐업률이 크게 늘었고 소득은 크게 약화됐다. 이들은 대부분이 영세한 소상공인이다.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책정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이들의 무거운 마음을 달래기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우리 자영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편집자주>“올해 들어 매일 매출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어요. 인건비도 안 나올텐데 추석 연휴 때 문을 닫을까 합니다. 오히려 영업을 안 하는 게 남는 장사 같아요.”(광진구·한정식집 사장 김 모씨)“2.5단계가 해지 되었지만, 매출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2.5단계 돼서 매출이 30% 떨어졌고, 2단계로 돌아오니 2.5단계 이전 대비 40% 하락했습니다. 낮에 거리에 아무도 안 다니고 우울하고 힘듭니다. 추석 전이라서 더 지갑이 닫힌 것 같아요.”(송파구·A편의점 사장 이 모씨)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추석 대목은 옛말’이 됐다. 이들은 장사가 안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추석 연휴에 문을 닫는 게 남는 장사라고 하소연한다.특히 저녁 장사의 비중이 큰 식당이나 술집들의 고통이 더욱 큰 상황이다. 광진구의 한 유흥가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사장 김기훈(가명·55)씨는 “재작년까지 설이나 추석 때면 연휴 당일에만 문을 닫았는데, 올해는 그냥 쉴 생각”이라면서 “올해는 코로나와 장마로 최악 중의 최악이다. 이미 2.5단계 시행 당시 9시까지 운영하면서 매출이 반토막 나 이번 달 임대료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남대문시장에서 20년 넘게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63)씨 역시 “올해 추석 특수는 감히 꿈도 못 꿀 일인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추석 명절 같으면 평일엔 30만원, 주말엔 50만원 상당의 과일이 팔렸지만 지금은 집중호우와 태풍 때문에 과일 가격도 올라 손님을 보기조차 힘들다고 푸념했다.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거리의 노점상들도 “차라리 쉬는 게 이익”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노점상은 “올해만 한 달 가까이 장사를 쉬었다”고 말했다. 유지비가 하루 2만~3만원 드는데, 코로나19 재확산 뒤 하루 2만~3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쉽지 않았던 탓이다. 2단계 이후 노점상들이 하나둘 매대를 열었지만, 이들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 점주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2.5단계부터 매출이 떨어지더니 2단계 매출은 바닥을 찍고 있다’, ‘연휴 내내 인건비가 부담이 돼 아르바이트 나오지 말라고 했다’, ‘매출도 안 나오는 데 연휴에 쉬겠다’ 등의 게시글이 많다.매장 유지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도 걱정이지만, 명절에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 통상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 명절은 인력을 구하기 가장 힘든 기간으로 꼽힌다. 편의점보다 더 높은 인건비를 주는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아 편의점 일을 찾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에 대한 공포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114가 최근 공개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321개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 줄어든 규모다. 서울에서만 석달만에 상가 2만여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특히 음식업종 수가 1분기 13만4041개에서 12만4001개로 1분기 대비 1만40개 줄었다. 석달 새 감소한 상가 2만여개 중 절반가량(47.4%)이 음식업종이다.서울 송파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6)씨도 “준3단계 거리두기 뒤 직원들을 쉬게 했는데, ‘추석연휴에도 문을 닫아야겠다’고 말해야 했는데 너무 미안했다”며 “이렇게 영업을 하면 결국 문을 닫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