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전년대비 14.6만원↑최저임금·보험료율 인상 한몫…대·중소기업 격차 0.4%P 줄어
  • ▲ 일자리.ⓒ연합뉴스
    ▲ 일자리.ⓒ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기업이 상용직 노동자 1명을 두는데 월평균 534만1000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노동비용이 대기업의 68.2% 수준까지 올라온 가운데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보험료율 인상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끌어올린 측면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기업의 지출부담은 커진 반면 노동생산성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23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9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상용직 노동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534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2018년(519만6000원)보다 2.8%(14만6000원) 늘었다. 기업체노동비용조사는 국내 상용근로자 10인 이상의 기업체(3500여곳)를 대상으로 고용에 따른 제반 비용을 파악하는 조사다. 농림·어업, 공공행정, 교육서비스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의 업종은 제외한다.

    임금·상여금 등 직접 노동비용은 425만2000원은 2.5% 증가했다. 정액·초과급여는 352만원으로 4.1% 는 반면 상여금·성과급은 73만1000원으로 4.2% 줄었다.

    퇴직급여·4대 보험·식사비·교육훈련비 등 간접 노동비용은 109만원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퇴직급여가 45만6000원으로 3.1% 증가했다. 퇴직연금 연간 적립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간접노동비용 중 교육훈련비용은 전년보다 2.6% 감소했다.

    법정 외 복지비용 지출은 1인당 월 22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식사비(7만5000원), 교통·통신비(2만3000원), 자녀학비 보조비(2만1000원) 등의 순이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기, 가스, 증기·공기조절 공급업(920만2000원)이 가장 높았고 금융·보험업(917만2000원), 제조업(604만50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제조업 내에선 정유사 등이 포함된 코크스, 연탄·석유정제품제조업(1183만5000원), 담배제조업(856만9000원),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통신장비 제조업(842만6000원) 등으로 고용유지비용이 많이 들었다. 반면 사업시설, 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278만8000원), 숙박·음식점업(340만6000원) 등은 최하위권이었다.

  • ▲ 2019년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노동부
    ▲ 2019년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노동부

    노동비용은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처음으로 500만원을 넘어섰다. 노동부 설명으로는 조사를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5~7% 증가율을 보이다 2010년대 들어 2~4%로 증가세는 꺾였다. 역대 최대 증가율은 2011년 7.6%였다. 역대 최저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5%였다. 노동부는 지난해도 2010년 이후 통상적인 수준의 증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 정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다. 2018년 정부가 주도적으로 최저임금을 16.4% 급격히 올린 데 이어 지난해도 10.9%나 올린 게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49.4% 수준이다. 2016년 39.7%로 OECD 내 19위였지만, 지난해 5위로 껑충 뛰었다.

    기업체 규모별로 월평균 노동비용 지출을 봐도 300인 미만 기업체가 442만9000원, 300인 이상은 649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5%, 2.9% 늘었다. 영세·중소기업을 포함한 300인 미만 기업체에서 노동비용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300인 미만 기업체의 노동비용은 300인 이상의 68.2% 수준이었다. 전년(67.8%)보다 0.4%P 올랐다. 대·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 격차가 소폭이나마 줄었다는 의미라고 노동부는 해석했다.

    보험료율 인상도 4대 보험료 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건강보험료의 경우 지난해 회사부담분은 0.11%포인트(P) 올랐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는 14만5000원으로 8.5%, 고용보험료는 5만1000원으로 6.3% 각각 늘었다.

    문제는 기업의 고정비인 노동비 지출은 커지는데 생산성은 제자리걸음 수준을 면치 못한다는 데 있다. OECD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39.6달러다. 노동자 1명이 1시간에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의미한다. OECD 평균은 53.9달러다. 한국은 OECD 내 29위에 머물렀다. 2016년엔 36.6달러로 30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