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 2도↓ vs 필굿 7도↑가볍게 즐기거나 가성비 좋거나가정용 홈술족, 틈새시장 공략
  • ▲ 필라이트 라들러, 필굿세븐ⓒ하이트진로, 오비맥주
    ▲ 필라이트 라들러, 필굿세븐ⓒ하이트진로, 오비맥주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정반대 전략으로 발포주 시장을 공략한다.

    27입 업계에 따르면 불과 두 달 사이에 두 업체가 같은 주종 안에서 전혀 다른 신제품을 내놨다. 오비가 '필굿' 도수를 높인 신제품을 출시하자 하이트진로는 도수를 낮춘 '필라이트'로 맞불을 놨다. 

    양 사의 목표는 똑같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소 주류 매출이 줄어들자 가정용으로만 판매하는 '발포주'를 키워 이를 만회하려는 전략이다. 제품을 다양화해 코로나19 사태로 급증한 '혼술족'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1일 필라이트 도수를 기존 4.5도에서 2도로 낮춘 발포주 '필라이트 라들러'를 출시했다.

    발포주는 맥주 원료인 맥아(싹을 틔운 보리)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이다. 국내에선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돼 주세율(30%)이 일반 맥주(72%)보다 낮고 가격도 저렴하다.

    라들러는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7년부터 선보인 필라이트 시리즈 4종(오리지널·후레쉬·바이젠·라들러) 중 처음으로 도수를 낮춰 만든 제품이다. 레몬과 과일 원료를 사용해 달콤한 맛을 내 집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도수가 2도로 낮아 주류 입문자에게도 편한 술"이라며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레몬맛 과일 발포주라 어디서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에 앞서 오비맥주도 지난 7월 신제품 '필굿 세븐'을 내놨다. 필굿 세븐은 필라이트와 달리 도수를 기존 4.5도에서 7도로 높였다.

    오비맥주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세대 소비자를 겨냥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도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필라이트와 차별화에 나섰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필굿세븐은 가성비를 한 층 높인 제품"이라며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층 소비자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발포주 신제품에 주력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유흥업소 주류 매출이 부진하자 가정용으로 소매점에서만 판매하는 발포주를 강화했다. 신제품 출시로 발생하는 판촉비가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점도 가정용 주류의 장점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필라이트 매출 성장세가 정체기에 접어들며 이례적으로 저도주를 출시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필라이트와 수입맥주는 각각 5%, 3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와 반대로 발포주 도수를 높이는 전략으로 가정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필라이트 매출이 주춤하는 틈을 타 필굿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필굿세븐은 일반 맥주 제품 중에서도 잘 찾아볼 수 없었던 고도수 맥주로 주류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업소용 맥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각자의 차별화한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어느 쪽의 전략이 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