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9천만달러 지원… 단기차입금도 800억 늘려베트남 등 PP·DH 생산능력 확충… 내년 매출 2조 겨냥그룹 내 밸류체인 탄탄… 글로벌 수소경제 흐름 본격 대응 눈길
  • ▲ 울산 북구 경동 수소충전소. ⓒ효성
    ▲ 울산 북구 경동 수소충전소. ⓒ효성
    효성화학이 외부 자금을 수혈하면서 수소경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폴리프로필렌 탈수소설비(PP·DH)에 한국수출입은행이 투자금을 제공했으며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한 외부차입도 늘리면서 본격적으로 노를 젓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출입은행은 효성화학 베트남 PP·DH공장에 총 2억1500만달러 규모의 협조융자를 주선하고 이 가운데 9000만달러는 직접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투자금으로 2021년 2공장이 완료하면 효성화학의 PP·DH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연산 65만t에서 125만t으로 2배가량 확대된다.

    효성화학이 보유한 PDH(프로판 탈수소화) 설비는 말 그대로 프로판(C₃H₈)에서 수소(H₂)를 분리해 프로필렌(C₃H₆)을 만들어내는 설비다.

    여기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는 일부 자체 공정 내 열원 등으로 재사용되기도 하고 저렴한 가격에 외부로 판매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약 70t의 프로판을 PDH 설비에 공급하면 3t의 고순도 수소가 생긴다.

    LPG를 통한 제품 다변화로 볼 수 있지만, 수소경제 활성화와 함께 부생수소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수소가 필요한 연료전지, 수소차 등 매개체가 늘어나면서 부생수소 판매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소비는 점진적으로 증가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부생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PDH 설비를 보유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수소 판매단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설에 수은이 가세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화학소재 탑티어인 효성화학에 힘을 실어주면서 정부가 소재 국산화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같은 기초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책은행까지 나선 것은 정부가 소재 국산화 성과를 내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화학 역시 9월 한 달에만 8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섰다. 현재 효성화학은 1조4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신규 화학공장 설립으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된 상태다. 외부자금 투입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상반기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459%이며 차입금의존도는 380%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에 연간 영업창출현금 규모를 뛰어넘는 투자가 예정된 만큼 단기적으로 차입금 부담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베트남 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받아들 시기도 도래했다. 총 60만t의 PP설비 가운데 30만t이 상반기부터 가동되고 있다. 내년 초부터 나머지 30만t의 PP설비와 원재료 생산을 위한 PDH 설비 등이 모두 완공된다.

    특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수요에 비해 석유화학제품 생산 인프라가 부족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 시현이 가능한 효성화학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실제 IHS마킷 통계를 보면 인도네시아의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연 평균 4%, 베트남은 8%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1989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 역시 2018년 인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베트남 공장이 상업 가동되는 내년 초부터는 원재료 통합, 가동률 상승 및 규모의 경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라며 "PP·프로필렌 생산능력 확대 외에도 LPG 보관 설비 운영을 통해 LPG를 적정가격에 대량 구입하고 보관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등 원재료의 원가관리 제고 및 LPG 판매 수익 효과도 추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효성그룹은 수소 생산 및 공급과 관련된 핵심 밸류체인을 그룹 내에 모두 보유 중이다. 효성화학은 부생수소의 생산과 공급을, 효성중공업은 수소충전소 보급을,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탱크 생산 및 공급을 담당할 전망이다.

    나아가 글로벌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의 JV를 통해 세계 최대 액화수소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수소의 생산 및 운송 등을 감안했을 때 효성화학 울산 용연공장 부지 3만㎡가 활용될 예정이다.

    2023년까지 약 3000억원이 투자되고 연간 약 1만3000t의 액화수소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간 수소차 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