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계기업 여신 60조원 넘을 수도" 경고부실채권, 이자 유예·금융지원 등에 착시효과 이동걸 산은 회장 "테일 리스크 극복해야"
  • ▲ 올 연말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과잉부채' 관리다. ⓒ뉴시스
    ▲ 올 연말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과잉부채' 관리다. ⓒ뉴시스
    올 연말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과잉부채' 관리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쉴새없이 시장에 유동성을 쏟았고 그 결과 정부와 가계, 기업 등 우리나라 경제주체 빚은 5000조에 육박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한계기업이 많은데다 부실채권 비율도 '착시 현상'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부문 잠재리스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다. 


    ◆ 부실채권 비율 0.4% → 1.6%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에 신규로 집행한 대출 규모는 35조9000억원에 달한다. 또 기존의 여신인 54조7000억원의 만기를 연장했다. 

    금융권은 정부의 적극적 유동성 공급에 손발을 맞추며 올 상반기 예상을 깨고 실적잔치를 벌였다. 기업, 개인대출이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이 덩달아 늘어난 탓이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24일 발표한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최대 1.6%까지 오른다고 나왔다. 상반기말 기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4%이다.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항공, 운송업 등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23개 업종을 중심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실물경기 악화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정책으로 부실여신 증가가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 건전성 하락이 현실화될 것"이라 지적했다. 


    ◆ 한은 "한계기업 여신 60조원 증가할 듯"

    한국은행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계기업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활동으로 거둔 수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의 비중은 올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 한계기업 비중이 21.4%까지 상승할 것"이라 추정했다.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은 14.8%였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는 폭발적이다. 

    한은은 "한계기업 여신이 60조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이자유예, 금융지원 정책 영향으로 기업의 신용위험이 과소평가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금융의 맏형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연임 후 첫 기자간담회서 '테일리스크 극복'을 과제로 제시했을 정도로 과잉부채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전혀 예상치 못한 테일리스크가 많이 늘어나면서 과잉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 진단했다. 


    ◆ 금융당국 "부채 관리 계속"

    금융당국도 리스크관리가 '발등의 불'이 됐다. 

    당국은 표면적으로 "현 상황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은행권에 여신관리계획안을 잇따라 주문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일제히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한 것도 금융당국의 이러한 '경고'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경제중대본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서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은행권의 대출 심사 적절성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손 부위원장은 "신용대출은 은행들의 자체 노력에 힘입어 증가폭이 줄었다. 금융기관이 차주 상환능력 충분히 심사해 대출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 덧붙였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9월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3868억원으로 전월(124조2747억원)대비 2조1121억원 늘었다. 대출 잔액은 역대 최고치지만 월간 증가폭으로 살펴보면 8월 4조원대에서 절반수준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