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수위 높은 질타 이어져완화적 통화정책 실효성 의문…소극적 정책 비판정책목적 고용 추가, 양적완화 도입 등 대안 제시이주열 "위기 상황 속 중앙은행 기능 확대 공감"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올해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주요국과 같은 적극적인 역할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 중심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다양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수홍 의원은 "우리나라 통화정책 운용 여건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한 추이"라며 "아무리 완화적으로 해도 물가는 오르지 않고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3년간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이하를 밑돌면서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도 장기간 하락 추세"라고 덧붙였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까지 내려갔음에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목표치에 미달,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이주열 총재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은 우리나라만 겪는 게 아니 세계 공통 현상"이라며 "세계적으로 저물가가 구조적 현상에 기인한 면이 크다"고 답했다.

    이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측면은 물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충격이 물가를 낮췄다"며 "정부의 복지정책이 강화된 것도 복합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용 부분은 포함되지 않은 통화정책목표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2011년 한은법 개정하면서 '금융안정 유의' 목적을 추가했는데, 그에 맞는 정책수단이 확충됐는지 의문"이라며 "정책목표 확대를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뉴질랜드 등은 완전고용 유지가 통화정책목표로 돼 있는 등 물가안정 이외에 고용을 추가 목적으로 갖고 있다"며 "한국은 직접고용시장에 미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도입하고 있는 양적완화에 대한 한은의 부정적 입장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미국 연준은 국채나 저당증권을 무한대로, 영국 영란은행은 무제한 담보대출을 시행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제 위기상황에 적극적인 준재정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반해 한은은 소극적 정책을 펴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거의 다 소진했고, 금융중개지원대출도 최소한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재는 "나라마다 여건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해 소극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양적완화는 제로금리까지 도달해 회사채 등 위험채권을 사들이는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까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은의 독립성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국민의 힘 서병수 의원은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대규모로 발행되는 국채물량을 상쇄한다"며 "기껏 금리를 낮췄는데, 늘어난 국고채 물량으로 국고채 금리는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및 기업이 실질적으로 받는 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역대 최저금리로 내린 효과를 사라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 총재는 "국고채 발행이 많이 늘어나다 보니 시장금리가 오를 수 있어 이를 억제하기 위해 국채 매입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국고채 매입으로 중앙정부의 확장적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 의원은 "문 정부 들어 적자국채 발행이 올해 100조원을 넘었고 내년에도 90조원 가까이 될 것"이라며 "적자국채 발행할 때마다 한은이 나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 총재는 "한은이 매입하는 국고채는 수요와 공급 사이에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불안해질 때 실행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지출을 뒷받침하는 차원은 전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국고채가 발행되지만, 국내에서의 채권 수요는 탄탄해질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는 수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다수 의원의 '말.말.말'을 모아보면 "정책수단인 금리가 제로금리에 가까워졌고 관리감독 권한도 뺏겼다", "연구기관인지 통계기관인지 모르겠다", "통계청 하청 기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보고서 작성 전문업체라는 표현도 있다" 등 다양했다. 

    이에 이 총재는 "이러한 표현들은 과도하다"며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이 최근 위기상황이나 앞으로의 급속한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