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자산 2000억 수준… 독자인수 어려워유진PE 등 계열사 활용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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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 유진기업이 ‘짝’ 찾기에 나섰다.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수자금을 유진기업 홀로 감당하기에는 총알이 부족하다. 자금여력이 있는 재무적투자자(FI)를 찾아 컨소시엄을 구성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동반자 찾기가 쉽지 않다.유진그룹의 모회사인 유진기업은 지난달 28일 마감된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에 뛰어들어 최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다.유진기업은 주력사업인 레미콘이 연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해, 건설경기에 기업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이로 인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해, 레미콘 판매가 부진해도 물류·금융부문이 손해를 만회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려는 목적 역시 레미콘에 편중된 사업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유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와 내수 중심의 구조를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려는 것”이라며 “핵심사업인 레미콘과 같은 건설소재에만 국한하지 않고 건설기계분야 진출 발판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관건은 자금여력이다. 유진기업의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780억원이다. 지난 2016년 인수한 동양의 자산 1200억원을 합해도 2000억원에 불과하다.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가를 최소 7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예상한다. 예비입찰에서 현대중공업-KDBI 컨소시엄,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 5곳이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돼, 경합이 벌어질 경우 인수가격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유진기업 입장에선 현재 보유현금으로는 인수가 불가능해 FI를 ‘급구’해야만 한다. 적격인수후보는 현재 두산 측이 요청한 구체적인 인수 후 비전과 투입자금 등을 정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진은 하루라도 빨리 파트너를 찾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FI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자금여력이 있는 FI는 대부분 컨소시엄을 맺어 이미 적격인수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유진기업이 과거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계열 금융사가 딜에 참여한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외부 파트너가 아닌 그룹 내부에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유진기업은 지난 2017년 현대저축은행(現 유진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금융 계열사인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1855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인수금액인 2101억원의 88%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유진기업이 감당했다.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도 현대저축은행과 같은 사례가 재연될 공산이 크다. 본입찰은 예비입찰 이후 1~2개월 정도 소요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를 파악하는 실사 등이 이어지면 본입찰은 다음달 초중순으로 예상된다. FI를 찾기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유진 측은 그룹 내부에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함께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본입찰 마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우선 외부 투자자를 찾아보고 차선책으로 내부 계열사를 통한 자금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