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임시 주총…집중투표제 변수로최윤범-MBK, 인터뷰 통해 지지 호소여론전에선 최 회장 측 우세 양상소액주주연대, ESG평가원 공개 지지MBK 집중투표제 "최 회장에만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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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임시 주주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주총 표 대결에 앞서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여론전이 격화 중으로, ‘캐스팅보터’로 지목되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9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MBK 측은 잇따라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여론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양측은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 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으로, 막판 표심 잡기에 돌입한 모습이다.최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풍·MBK파트너스를 향해 “흑색선전으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목적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가져가면 이들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보다 단기적 이익 확보에 몰두하면서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의 미래가 희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특히 아연 제련 등 동종업을 영위하는 영풍이 자기 회사 경영에 실패하면서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건실하게 성장한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겠다고 나선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비판했다.그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것은 이해 상충이 너무 심하다”며 영풍 석포제련소가 폐수 무단배출 등 문제로 2월 26일부터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상황을 지적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면 석포제련소의 환경·조업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고려아연 자원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앞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도 지난 8일 인터뷰를 진행, 임시 주총 지지를 호소했다. 경영권 분쟁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번 임시 주총에서 분쟁이 일단락 될 수 있게 주주들이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김 부회장은 특히 최 회장 측이 소액주주 보호 목적의 집중투표제를 악용해 경영권을 지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최 회장이 추진하던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계승하고, 투자를 지속해 4년 뒤 기업가치 30조원의 회사로 키워내겠다고도 다짐했다.MBK·영풍 연합은 임시 주총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달 20일 기준 고려아연 지분을 40.97% 보유 중이다. 의결권 기준으로는 46.7%에 달하는 지분율을 확보했지만,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면서 표 대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를 10명 선임한다고 하면, 1주에 10개의 의결권을 갖는다. 이렇게 부여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몰아줄 수도 있어 주로 소액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MBK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임시 주총에서 가결되고, 이사진 수를 19인으로 제한하면 주요 주주 보유 지분을 고려할 때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1~2대 주주에 한정된다며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상태다.‘헤이홀더’, ‘액트’ 등 소액주주연대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최 회장 측에 잇따라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이번 집중투표제 도입 선언이 향후 상장사들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헤이홀더와 액트는 “집중투표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제도”, “최윤범 회장 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 지배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면서 지지를 선언했다.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MBK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자니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하자니 자신들이 주장했던 지배구조 개선이 허구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면서 “소액주주들이 지지해 줄 수 없는 행보”라고 꼬집었다.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중 하나인 한국ESG평가원도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임시 주총 제안 안건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의 장기 지속성장과 주주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역량이 보다 우수하다는 의견이다.한국ESG평가원은 “경영실적 및 주주환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등에서 고려아연이 영풍 대비 우월하다”며 “MBK라는 사모펀드 경영은 한계기업 턴어라운드(Turn-around)에서 효과가 크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한 고려아연 경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고,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