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 1천억 이상 상환… 올해 5백억 '반토막'4~5년 내 조기상환 요원… 마진율 '꼴찌' 실적 저조"3년간 절반 갚겠다"던 이동빈 행장 사실상 연임 막혀김진균 내정자 "공적자금 상환 최우선"… 해법에 주목
  • ▲ Sh수협은행.ⓒ연합뉴스
    ▲ Sh수협은행.ⓒ연합뉴스
    수협중앙회의 공적자금 상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수협은 돈줄인 Sh수협은행장을 사실상 경질하는 카드를 꺼냈다.

    2일 수협은행에 따르면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달 28일 차기 은행장 후보로 김진균 수협은행 수석부행장을 단독 추천했다. 수협은행은 이달 중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김 내정자를 차기 행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고,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수협은행을 독립 자회사로 출범시킬 때부터 내부 출신 행장을 원했던 만큼 선임 절차는 무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공모에는 10여명이 참여했다. 이 행장은 연임에 도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자세한 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행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실상 연임을 제지당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적이란 수협의 지상 과제인 공적자금 상환을 말한다.

    수협은 2001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조1581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수협은 수협은행이 올리는 수익 중 일부를 공적자금을 갚는 데 쓰고 있다. 2017년 127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1100억, 지난해 1320억, 올해 501억원을 상환했다.

    출발은 좋았다. 수협은행은 2016년 786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냈고, 수협중앙회는 이를 토대로 이듬해 127억원의 공적자금을 처음으로 갚았다. 애초 상환계획은 2017년부터 11년에 걸쳐 나눠갚는 것이었으나 상환 시기를 1년 앞당긴 셈이다.
  • ▲ 이동빈 행장.ⓒ수협은행
    ▲ 이동빈 행장.ⓒ수협은행
    문제는 공적자금 상환 규모가 수협의 성에 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행장 선임 당시 관료 낙하산을 뚝심으로 막아낸 김임권 전 수협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년 3000억원 이상을 갚으면 4~5년 안에 상환을 끝낼 것"이라며 "다 갚고 나면 연간 3000억원쯤을 어민과 수산업을 위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준택 현 회장은 "2016년 단행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중앙회와 수협은행에서 연간 3000억원쯤의 세전이익을 달성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공적자금을 빨리 갚고 연간 1000억원쯤의 재원을 어업인에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행장은 선임 이후 "임기 3년 내 공적자금을 모두 갚지는 못하지만, 절반 정도는 갚고,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행장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수협은행의 돈벌이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수협도 장밋빛 상환계획을 수정해야만 하는 처지다.

    수협은행은 2017년 1952억, 2018년 2303억, 지난해 219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나마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엇비슷했지만, 공적자금 상환 규모는 반 토막이 났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마진율이 줄어들었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이익을 내려면 운용자금 규모를 늘려야만 해 유보금이 늘고 (공적자금) 상환금이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협의 인식은 이 행장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수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은행경영의 중요지표로 순이자마진율이 있는데 수협은행이 꼴찌"라며 "(이 행장은) 연임하고 싶어 했지만, (중앙회 안팎에서) 은행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없잖았다"고 귀띔했다. 다른 수협 관계자도 "수익률이 좋지 않다"며 "비용은 느는데 2금융권에서 내놓을법한 고금리 적금을 운용하거나 여신이 가계 쪽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수협이 내놓은 고금리 적금이란 수협은행이 2018년 내놓은 'SH 쑥쑥크는 아이적금(일명 쑥쑥이)'을 말한다. 만 6세 미만 어린이가 가입대상으로, 금리는 연 5.5%(만기 5년)다. 당시 은행권 적금 상품 금리가 연 2%대였음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금리 조건인 셈이다. 또한 이 행장은 취임 때부터 일선 창구의 리테일(소매금융)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왔다. 실적 부진의 화살이 이 행장을 향한 것은 정해진 귀결이었던 셈이다.

    이제 관심은 내부 출신 행장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쏠리고 있다. 수협은 수협은행이 독립 자회사로 출범하며 내부 출신 행장 배출의 필요성으로 조직 화합과 단결을 통한 안정적 성장을 꼽았었다. 김 내정자는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위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수협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수협은행의 성장동력을 무엇으로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