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회장 "임기 내 합병 방향 마련" 발언 파장노조·지역사회·정치권 모두 "말 바꾸기" 반발 거세업무 효율성 개선vs인력 조정·점포 축소 의견 대립
  •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튀어나오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설이 최근 그룹 수장의 입을 통해 또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노조는 물론이고 지역사회, 정치권까지 거세게 반발하면서 아무런 소득없이 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은행의 합병설이 불거진 것은 최근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은행 합병과 관련해 "임기 중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언해서다. 김 회장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면 은행 전산을 통합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므로 합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 자체는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그간 '투 뱅크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한 약속을 깨고 처음으로 합병에 대한 입장을 내비친 만큼 파장이 커졌다.

    김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도 투 뱅크 체제를 효율화해 부·울·경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 역점과제도 '투 뱅크-원프로세스' 경영 체제다.

    하지만 경남은행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지역 정치권마저 "말 뒤집기"라며 신랄하게 비판하자 BNK금융 측은 "구체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경남은행 노조는 김 회장의 발언 직후 은행 본점과 경남도청 등에서 합병 반대 활동을 벌였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1지주 2은행을 지켜야 한다"며 "은행을 지키고자 했던 도민의 눈물 나는 노력을 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금융노조도 "'투 뱅크 체제 유지' 다짐을 뒤집고 효율성 아래 합병을 강행하겠다는 건 지역경제를 몰락시키는 것"이라며 "지방은행의 특수성이 아닌 경제 논리를 이유로 합병을 시도하는 건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김 회장의 발언은 논란만 부추겼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은행은 영업기반을 지방에 두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인 만큼 노조 및 지역사회와 충분한 논의가 우선돼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 없이 내뱉은 말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도 합병 발언 당시 "무엇보다 구성원 동의가 우선"이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이번 언급을 통해 장기적으로 합병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 회장이 합병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IT 전산 분리와 영업망 중복으로 저하된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디지털화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두 은행의 실적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노조와 지역사회는 합병이 진행될 경우 지방은행의 특수성과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주요 대도시 위주의 영업으로 금융소외지역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과 영업점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은 2014년 BNK금융지주의 전신인 BS금융지주로 편입된 이후 '1지주 2은행 체제'를 보장받았으나 줄곧 합병 문제가 제기됐다. 같은 지방금융그룹인 JB금융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는 매번 불거지는 합병설에 대해 차분한 분위기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을 합치는 일은 지역 문제가 연결돼 있어 상당히 어렵다"라며 "구체적으로 공지 내려온 것도 없고, 발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