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추가 강등 우려에 '등급 취소' 요청했던 페퍼… 결국 퇴직연금 철수금감원, 다음달 저축은행업권 퇴직연금 운용 현황 점검… 유동성 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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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퍼저축은행
    저축은행업권 자산 규모 6위인 페퍼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형사가 신용등급 하락을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당국이 다음달 저축은행들의 퇴직연금 운용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에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을 신규 취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다수의 금융사들은 고객들에게 페퍼저축은행 퇴직연금 상품의 신규 및 재가입이 중단된다고 안내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비대면, 창구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 퇴직연금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시장 철수는 신용등급 하락과 자체 취소로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으로 한 등급이라도 떨어질 시 퇴직연금 운용이 불가한 상태였다. 이에 회사는 지난 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등급 취소를 요청해 현재 신용등급 미보유 상태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발행사가 원해서 등급을 취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퇴직연금 운용 자격을 잃는 모양새보다 자진해서 빠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의 기존 퇴직연금 가입 고객들에게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만기 도래 후 같은 상품 재가입이 불가해 다른 금융사 상품으로 옮겨야 한다.

    대형사의 등급 자체 취소와 퇴직연금 시장 철수 사태에 금감원은 다음달 저축은행 퇴직연금 운용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의 퇴직연금 잔액, 만기, 취급액 등을 점검한다.

    퇴직연금 상품 만기가 4분기에 집중돼 있어 예금 잔액이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이 생기면 저축은행의 유동성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저축은행업권에서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 업권 평균 30%에 달했던 퇴직연금 의존도를 각 사가 줄여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형사들의 퇴직연금 의존도는 낮게는 10% 미만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