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의결권자문사 반대에 도입 불투명노조추천이사제 잠정합의한 기은 노사, 도입 기대“노조추천이사회 도입 위한 정관·법 개정도 함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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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확대를 통해 노조추천이사제 등 경영참여에 재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사회와 외국인 투자자,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최근 3주 동안 장중 매입을 통해 161만6118주를 추가 확보하며 지분율을 1.34%에서 1.73%까지 끌어 올렸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분율 3%를 목표로 지속 매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지분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노조추천이사회 도입을 위해서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기존 상법상 주주 제안을 통해 그동안 시도됐으나 표대결과 자격 요건 미달 등으로 실제로 도입된 적은 없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오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틴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사회와 해외투자자,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반대의견을 낸 상태다.
이들은 KB금융이 이미 체계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외이사 선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주주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사외이사 추천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표 대결을 거쳐야 하는데 지분율이 낮으면 주주동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시주조합이 지분매입에 나선 것이다.
앞선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추가매입도 노조의 경영참여 추진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최근 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장내 지분 매입에 나섰다. 지분율도 6.55%에서 7.68%(10월말 기준)까지 끌어올려 3대 주주 위치를 공고히 했다.
다만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2대 주주로 오른 뒤 사외이사를 추천할 계획이다.
이에 금융권의 관심은 내년 2~3월에 2명의 사외이사 임기만료를 앞둔 IBK기업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총 4명으로 이중 김정훈, 이승재 사외이사는 내년 2월과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중 한 자리를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앉히겠다는 의도인데 이에 대한 기업은행 노사 분위기는 현재까지 긍정적이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1월 노사공동선언문을 통해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이 포함돼 있어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해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주총을 거쳐 결정되는 민간 은행에 비해 정부 의지에 따라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노동계와 학계, 금융권의 경험을 두루 갖춘 사외이사를 물색 중이며 조만간 노동이사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노조추천이사회 도입을 위한 정관과 관련 법 개정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