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 감축 이어 비용절감 나서가격인상, 포인트 적립 혜택 감소 정책 시행OTT 서비스 왓챠와 맞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 ▲ ⓒCJ CGV
    ▲ ⓒCJ CGV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 1위 CJ CGV가 생존을 위한 극단의 자구책을 마련해 실행,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만큼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잠정) 매출액 1552억원, 영업손실 9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1315억원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분기보다는 손실폭을 일단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CGV는 극단적인 자구안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CGV는 2분기 매출 416억원, 영업손실 1305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4819억원)과 비교할 때 91% 감소한 바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CGV는 개봉을 주저했던 대작들이 개봉을 결정하면서 3분기에는 영화시장 활성화와 이에 따른 실적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8월말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강화되는 등 다시 영화관객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3분기에도 CJ CGV가 진출한 모든 국가를 비롯해 자회사인 CJ 4D플렉스도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반도’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선전했지만, 8월 광복절 전후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관객 및 매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임차료 등 여전한 고정비 부담으로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해외에서는 그 동안 문을 닫았던 극장들이 운영을 속속 재개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글로벌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테넷’과 ‘뮬란’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고, 기타 할리우드 기대작들도 개봉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영향이 컸다.

    추석 시즌에도 '승리호' 등 굵직한 영화들이 개봉을 포기했고, 개봉예정작들이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와 손잡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CGV는 영화관객 감소로 인한 콘텐츠 부족 등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대책 마련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CGV는 상영관 감축과 비용 절감 등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는 한편 OTT 서비스와 손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CGV는 3년내에 119개 전국 직영점 중 35~40개 가량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상영관을 감축, 신규 점포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영화 관람료를 지난달말 인상했다.

    좌석 차등제를 폐지하고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조정했다. 다만 고객 편의를 고려해 맨 앞좌석인 A열과 B열은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4DX와 IMAX 관람료도 인상했다.

    뿐만 아니라 CGV는 내년부터 포인트 적립 혜택도 조정, 순차적으로 이 혜택 제공을 줄이기로 했다. 기존에는 영화 예매 시 유료 결제금액의 5%를 CJ ONE 포인트로 적립해줬지만 내년부터는 영화 상영일 이전에 예매 시 7%, 당일 예매 시 3% 적립으로 조정된다.
  • ▲ CGV 포인트 적립혜택 변경 공지 캡처.
    ▲ CGV 포인트 적립혜택 변경 공지 캡처.
    이어 2022년부터는 영화 상영일 이전 예매 적립율이 5%로 줄어든다. 사실상 적립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적립이 불가능했던 매점 상품 구매에는 0.5% 적립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도 변경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언택트 등 미래를 대비한 투자만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전략 발표 이후 처음으로 CGV가 발표한 투자 전략은 OTT 서비스다. 

    CGV는 토종OTT 서비스 ‘왓챠’와 포괄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영화 관련 온·오프라인 플랫폼이 함께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상황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관 입장에서 OTT 서비스업체는 강력한 경쟁업체로,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오프라인 경험에 중점을 둔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꾀해왔지만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가 코로나19로 사라진 것"이라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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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GV 최병환 대표는 “20여 년간 극장 플랫폼을 운영해 온 CGV와 개인 사용자 경험에 특화된 OTT 서비스의 왓챠가 상호 협력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극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CGV가 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CGV의 극단적인 자구안 실행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실적 회복 가능성은 예단하기 힘들다는 시선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화관 업계 1위인 CGV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최악의 국면을 보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 실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금이 국내 영화 시장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며 "사태가 사태인지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CGV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효과를 드러내 국내 영화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