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S&P 연례협의서 "국가채무비율 주요국 대비 양호"지난 3월 당정청 회의선 채무비율 들어 재난지원금 확대지급 난색나랏빚 급증하는데 포퓰리즘에 소신·리더십 실종… "예견됐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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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단과 콘퍼런스콜로 연례협의를 했다. 이날 협의에 S&P 측에선 로베르토 싸이폰-아레발로 S&P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킴앵 탄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선임이사 등이 참여했다. S&P 측은 한국의 코로나19(우한 폐렴) 방역과 최근 경제 상황, 정책적 대응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S&P 측은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의 재정건정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상승했으나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우리 재정 상황은 주요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월29일 당·정·청 회의에선 여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확대 주장과 대해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했을 때 지원대상 확대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었다. 8개월여 만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견해가 달라진 셈이다. 당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4·15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란 지적이 제기되던 때였다. 경제전망도 불투명하던 때로 다른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불과 사흘 전에 세계 경제전망보고서를 내놓으며 한국의 올해 GDP 대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0.1%까지 낮춰 잡은 상태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재난지원금 확대 지급의 논리로 폈던 게 다른 주요국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양호하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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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홍 부총리 처지로선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채무비율 상승이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건정성 악화를 호소할 순 없잖느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가 소신이 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홍 부총리에게 "증권거래세 인하, 추가경정예산, 부동산 감독기구, 2차 재난지원금, 재정준칙, 주식양도세 대주주 논란 등에서 매번 청와대와 여당의 재정 포퓰리즘에 맞춰 번번이 소신을 굽혀왔다"며 "경제부총리라는 막강한 자리에서 외부의 압력에 (입장이) 바뀐다면 과연 시장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가 "정책이라는 게 경제부총리 혼자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하자 서 의원은 "부총리의 무소신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부동산 문제에서 실패해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부총리는 대통령에 충성하냐 국민에 충성하냐"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홍 부총리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며 발끈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홍 부총리는 내정설이 돌 때부터 줏대나 소신이 없는 '예스맨' 부총리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홍 부총리가 원래 조용한 성격으로,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편인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나 김수현 사회수석에 끌려다니면서 사실상 경제정책을 기재부가 아닌 청와대가 주도할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