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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자격증시대㊤]동호인 범법자 양산하나…설익은 정책 논란

내년 3월부턴 레저용도 조종자격 있어야… 어기면 과태료전문가·교육기관 "취미활동 제외해야"… 개발업체도 '불똥'"의견수렴 졸속·특정단체 입김"… 국토부 "보완방안 검토중"

입력 2020-11-23 05:56 | 수정 2020-11-23 05:56
내년 3월부터 무인비행장치(드론) 자격증시대가 열린다. 개발자나 사업자는 물론 취미생활로 드론을 즐기는 동호인도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 자격증을 도입하는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정부정책이 현장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설익은 채 진행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잖다.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글 싣는 순서
㊤ 동호인 범법자 양산하나
㊦ 규제 풀었는데 국민부담만

▲ 한강시민공원서 드론 날리는 시민.ⓒ뉴시스

정부가 내년 3월부터 드론 조종자격 의무취득을 확대했지만, 현장의견을 도외시한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애꿎은 범법자만 양산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을 담당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라도 동호인을 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돼 내년 3월부터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야 하는 대상이 확대된다. 국토부 첨단항공과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국민이 대상"이라며 "외국인도 드론을 날리려면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12㎏을 넘거나 사업용 드론에 대해서만 조종자 증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토부가 기존 무게 기준에 위험도, 기체 성능 등을 추가해 드론 분류를 4단계로 세분하면서 앞으로는 사업용이 아니더라도 250g 이상이면 교육과 자격시험을 거쳐야 드론을 날릴 수 있다. 자격없이 드론을 날리다 걸리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카메라 등 외부 장착물이 없는 250g 이하 비사업·완구용 모형비행장치는 자격증이 필요 없다. 250g~7㎏·운동에너지 1400줄(J·일과 에너지의 국제단위) 이하로 움직이는 저위험 드론은 온라인교육을 들어야 한다. 251g~25㎏·1400J 이상 중위험과 26㎏ 이상 고위험 기체는 필기시험과 비행경력, 실기시험 등 요건을 충족해야 조종자격을 준다.

▲ 어린이 드론체험 교실.ⓒ뉴시스

문제는 정부가 드론 조종자격을 의무화하면서 범용성이 큰 7㎏ 이하 드론을 레저용으로 즐기는 동호인들이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현행대로면 12㎏까지는 별도 자격증 없이도 드론을 즐길 수 있다.

한 드론 전문가는 "개발업무 등에 종사하며 면허를 보유한 사람은 5%쯤으로, 나머지 95%는 일반인"이라며 "일반인중 30%쯤은 자격증 없어도 취미생활로 드론을 날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안된다. 대부분 국민의 금전적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송재근 한국드론기업연합회장은 "정부는 안전사고 때문에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드론 분류를 세분화하고 자격증을 강화하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요즘 대부분 드론은 10㎏ 미만의 것을 프로그램해서 띄운다. 비행고도가 높거나 가시거리를 벗어나 날리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굳이 동호인이 즐기는 레저용 드론까지 조종자격을 따게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정부의 조종자격 의무화는 교육생이 늘어나는 것을 반길 것 같은 교육기관에서조차 손사래를 친다. 일각에선 정부의 책상머리 행정으로 드론을 배우고 즐기려는 초등학생이나 일부 중학생이 무더기 범법자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한다. 250g 미만 완구용 기체로 드론에 입문한뒤 동호회 활동을 하며 좀 더 큰 기체를 다뤄보고 싶어도 자격증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드론교육기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지도조종사 없이 초등학생이 혼자 드론을 날리면 범법자가 된다"고 꼬집었다. 드론 조종자격이 국가자격과정으로 만 14세 미만은 교육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동호인은 도심지가 아닌 변두리 넓은 곳으로 가서 날린다. 굳이 취미생활 하는 동호인까지 자격대상에 넣었는지 모르겠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업체도 졸지에 부담이 늘긴 매한가지다. 또다른 드론 전문가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조종자격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자격증 도입 이전부터 드론을 개발해왔던 몇몇 업체의 경우 이제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자격증 없이도 개발후 시험비행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격증이 없으면 수요처를 상대로 시험비행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자격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각종 공모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드론 전문가는 "개발업체의 경우 일반 자격증뿐 아니라 교관자격증까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면서 "법 시행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은 차치하고 자격증 따는 데 급급한 경우도 생긴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도 부담이다. 기존에 이미 제품을 납품했던 업체까지도 예외 없이 법을 적용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 드론 시연.ⓒ연합뉴스

드론 전문가와 교육기관 관계자들은 정부의 의견수렴이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규제합리화 방안을 마련하며 업계·학계·연구계 등 50여 기관으로 구성한 드론산업진흥협의회에서 2017년부터 7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벌였다는 태도다. 하지만 교육기관 관계자들은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다. 한 교육기관 관계자는 "공청회 비슷한 걸 1번 연 적 있고 국토부에서 몇몇 전문가가 모여 회의도 했다"면서 "탁상공론 수준이었다. 규제 완화 차원에서 자격증 제도를 바꾸자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호인이나 취미생활과 관련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의견수렴 과정에서 국토부가 일부 기득권 세력의 의견만 귀담아들었다는 볼멘소리가 적잖다. 복수의 교육기관 관계자는 "드론이 인기를 끌던 초창기 특정 단체가 인맥을 통해 목소리를 키우고 자격증을 남발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자격증 의무화로 누가 최대 이익을 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계 전반의 균형 잡힌 의견수렴이 이뤄졌는지 따져볼 일이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드론 이용이 급격히 늘어 안전을 위해 자격증 확대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동호인 반발이 거세다는 것도 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호인 불만이 많다. 내년에 시행규칙이 시행돼도 자격증을 따지 않고 기존대로 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국토부는 동호인의 조종자격과 관련해 "자격증을 쉽게 딸 수 있게 보완할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검토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교육기관에서의 비행경력 이수시간을 줄여주는 방안 등이 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조종자격 확대와 관련해 의견수렴을 졸속으로 한 뒤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주장에 대해선 "일방적인 추진은 아니다"고 답했다.

▲ 국토부.ⓒ뉴데일리DB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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