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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1·19전세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임대주택 확보에 10조원이 넘는 재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의 40조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이 활용될 예정이다. 올들어 급격하게 오른 집값으로 인해 서둘러 집 사기에 나선 '패닉바잉'의 결과물이 전세대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셈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축 전세형주택 공급과 호텔·상가의 주거 리모델링 등에 총 사업비가 10조6000억원 가량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정부가 6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꼽는 공공전세형의 경우 사업재원이 기금 45%, 보증금 50%, 사업자 5% 등 대부분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6년 전세를 내준 뒤 기간이 꽉 차면 상황에 따라 처분도 가능하도록 사업자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매입약정형은 기금이 95%(출자 45%, 융자 50%)고 보증금 5% 부담에 따라 사업자 부담은 따로 없다.
결국 전세대책의 재원 대부분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해 충당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에서 6조5000억원이 추가 편성되더라도 재원이 넉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은 현재 40조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며 "최종 편성액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국회 예산안 심의가 끝난 이후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7년 41조원까지 높아진 기금의 여유자금은 지난해에는 37조원 가량으로 줄었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강화하면서 기금 투입이 증가하면서 여유자금이 지속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올해 초에도 계속되다가 지난 2분기를 지나면서 기금의 여유자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 연말에는 기금의 여유자금 규모가 4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기금을 관리하는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는 "매달 1조원 넘게 여유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기금의 여유 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금 여유자금이 최근 급증하는 이유는 올해 주택매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금은 청약저축 납입액과 주택을 구입할 때 사는 국민주택채권으로 주로 조성되는데, 최근 청약저축 가입자수가 급격히 늘었고 주택거래도 늘면서 국민주택채권 수익도 크게 늘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한다는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난 탓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겉보기엔 공급물량이 많아 보이지만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아 전월세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집값이 오른 덕분에 기금에 여유자금이 늘었고 결국 이 자금이 전세대책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