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순이익 넘는 배당…코로나19 위기 겪은 올해도 두 배 훌쩍수천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 올해 기점으로 잔고 ‘0원’ 수준국내 사업 철수, 축소 우려 커져…공장 중단 및 구조조정 진행
  • 국내 양대 위스키 기업인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배당잔치가 사실상 올해로 끝날 전망이다. 수백억원 가량 쌓아뒀던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이 수년간 막대한 배당으로 인해 바닥났기 때문이다. 

    한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이어온 끝에 벌어진 결과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국내 시장의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를 준비하지 않겠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올해를 기점으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올해까지 막대한 배당을 이어가며 사실상 국내법인의 자금을 주주사에 보낸 탓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9월 연차배당을 통해 220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지난 회계연도(19년 7월~20년 6월) 기준 순이익인 95억원의 2배 웃도는 금액이다. 배당률은 231.2%로 지난해 345.2%보다 줄었지만 이는 디아지오코리아의 보유자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배당 이후 디아지오코리아의 남은 이익잉여금 규모는 총 76만원 뿐이다. 지난 2014년 기말 기준 1402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이 불과 6년만에 바닥을 보이게 된 셈이다. 


  •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진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19년 7월~20년 6월)에 중간배당 및 연차배당을 통해 총 241억원의 현금을 주주에게 넘겼다. 같은 기간 페르노리카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117억원 규모로 배당 총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목할 점은 페르노리카가 전년에서 이월된 이익잉여금 124억원을 모두 중간 배당했고 기말 배당에서 순이익 117억원을 1원단위까지 맞춰 배당했다는 점이다. 배당이 이뤄진 현재 기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이익잉여금은 0원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2013년 기준 220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이 매년 고배당으로 인해 빠져나가면서 마침내 0원에 이르렀다.

    이로서 두 회사의 배당잔치는 사실상 끝나게 됐다는 평가다. 수년간 벌어들인 이익 이상으로 배당을 하면서 곳간에 쌓인 현금을 모두 챙겨갔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순이익 이상의 배당이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두 위스키 기업이 국내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익잉여금은 기업 활동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비용과 세금, 배당을 제한 순이익의 누적 금액이다. 통상 기업은 이 이익잉여금을 현금으로 보관하기 보다는 다양한 건물, 설비, 생산설비를 비롯한 투자활동 등에 활용한다. 

    특히 기업의 영업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이익잉여금에서 충당되기 때문에 변동성을 위해 어느 정도 여유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익잉여금이 바닥난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순손실이 발생하면 단번에 부분자본잠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위스키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고 단기간 내 회복되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이런 배당전략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바닥났다는 것은 그간 순이익으로 투자해온 금융상품, 설비 등 운영해왔던 것을 모두 현금화해서 주주에게 배당했다는 의미”라며 “국내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했다. 

    실제 두 회사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이천공장 운영을 중단했고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대표 위스키 상품인 임페리얼 브랜드의 매각을 비롯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최근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속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선보이며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