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만5000대 생산차질극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도출부평공장 신규투자, 흑자전환 기조 유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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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노조는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파업과 특근 및 잔업 거부 등으로 이미 2만5000대 가량의 생산손실이 초래됐지만, 이제라도 노사가 힘들게 도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타결되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5일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지난 7월 22일 첫 상견례 이후 4개월 만이며, 총 24차례의 교섭을 걸쳤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골자는 이렇다.

    기본급은 동결이며, 호봉승급분만 적용하기로 했다. 성과급 300만원을 연말까지 일시불로 지급하고, 코로나19 위기극복 특별격려금 100만원(50만원은 합의 후 즉시, 나머지 50만원은 내년 1분기 중)을 지급하기로 했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시장 수요를 고려해 단종을 미루고 최대한 연장하기로 했다. 보류했던 부평1공장에 대한 1억9000만달러(2100억원) 투자도 내년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매년 진행하던 교섭을 2년마다 하자던 사측 제안은 제외됐다. 노조의 반발이 너무 거세, 결국 사측이 양보해 기존대로 1년마다 협상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르면 27일 찬반투표를 진행해 이번주 중에 타결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번 합의안 도출이 상처뿐인 결과라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부분파업을 처음 진행했다. 또 6일·9일·10일, 11일~13일에 4시간씩 부분파업을 이어갔다. 23일과 24일에도 부분파업을 했고, 25일은 잠정합의 도출로 파업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23일부터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해왔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는 2만5000대로 추정된다.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달려왔던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코로나19와 파업이라는 두가지 악재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한국지엠은 2017년 8385억원 적자에서 2018년 6148억원, 지난해에는 3323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여왔다. 올해는 흑자전환을 달성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폭 감소세를 보이던 1분기에 이어 2분기 판매는 급감했다. 실제로 4월 판매는 전년대비 26.7%, 5월과 6월에는 각각 39.7%, 28.7% 감소했다.

    다행히 3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며 흑자전환에 대한 불씨를 살렸다. 7월~9월 판매는 각각 전년 대비 8.7%, 13.2%, 89.5% 증가했고, 10월에도 4.1% 늘어났다.

    하지만 파업이 본격화된 이번달에는 실적을 집계해봐야겠지만, 급감했을 것이 자명하다. 연간 흑자전환을 이루게 되면 노조는 당당하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사측도 핑계를 댈 명분이 없을 것이다. 힘든 시기를 잘 버텨왔는데, 마지막 4분기에 스스로 흑자전환 가능성을 차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찬성을 던져, 연내 타결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해 임협도 해를 넘겨 9개월여만인 올해 4월에서야 타결했다. 올해는 지난해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14년부터 이어온 6년 연속 적자가 올해 끊어질지, 7년 연속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지 노조원들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