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발표후 대출 선수요 역대급 늘어한도만큼 충당금 쌓아야…수수료·이자보다 많아실제 대출 실행 40% 불과, 남은 한도 운용 못해올해 시중은행 연체액 급증…대출부실 위험 존재
  • 강력한 신용대출 규제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역대급으로 불어나면서 시중은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전체가 대출로 분류돼 한도만큼 충당금을 쌓아야하므로 계좌가 늘수록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크게 불어난 연체로 부실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수는 지난달 12일 하루 1931개에서 23일 6681개로 껑충 뛰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된 건 지난달 13일이다. 규제 발표 전후로 마이너스통장 수가 3.5배가량 폭증한 셈이다.

    이번 규제는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총 1억원 넘게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을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은 받은 개인이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도 회수된다. 이번 규제는 지난달 30일부터 본격 시작됐으나 은행권은 일주일 앞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마이너스통장은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일정 한도 금액 내에서 수시로 꺼내쓸 수 있는 대출 통장이다. 

    언제든지 쓰고 또 채워 넣을 수 있는 편리함 덕에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은 올해 1~10월에만 25조원 급증했다. 작년 연간 증가 규모가 1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유독 많이 불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통장은 은행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그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충당금은 손실 흡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은행들이 충당금을 대거 쌓으면서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마이너스통장 특성상 대출고객이 한도를 한 번에 다 쓰는 경우가 드물어 실제 마이너스통장으로 얻는 수수료나 대출이자보다 충당금 적립금이 더 많은 실정이다. 

    만약 10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고 금액을 사용하지 않아도 대출 내역으로는 1000만원이 잡힌다. 돈을 쓰지 않았다면 대출이자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이렇기에 대출 계좌가 늘수록 오히려 은행 수익성에 손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고객이 통장에서 대출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남은 한도를 별도로 운용할 수도 없다. 

    규제에 앞서 미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한도를 최대한 늘리려는 선수요가 폭발한 만큼이나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일이 적다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에서 실제 이뤄지는 대출은 한도의 평균 30~40%에 불과했다. 마이너스통장의 3분의 2는 실제 대출로 이어지지 않다는 얘기다.

    연체 문제도 우려스럽다. 이미 올해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연체 규모가 작년보다 두 배가량 뛴 상태이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2019년 연간 마이너스통장대출 연체금액은 298억원이었는데, 올해 1~7월 연채액은 405억원을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 연체 규모는 두 배가량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연체율도 자연스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연체액이 늘어나면 은행들의 부실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고객 입장에서는 마이너스통장을 받아놓고 이용률이 저조하면 대출 한도가 깎이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약정금액이 2000만원을 넘는 신규 또는 기한연장 마이너스통장에 대해 소진율이 10% 이하면 약정 한도의 20%를 축소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신용대출 규제가 시행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한도를 늘리는 일이 역대 최고로 많았다"며 "한도를 쓰지 않고 남겨두는 특성 탓에 은행에서는 마이너스통장이 늘어난 게 달갑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