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여행사 감소세 이어져코로나19 장기화 속 고용유지지원금도 만료
  • ▲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여행사 사무실이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서비스 중단 안내문을 남긴 채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여행사 사무실이 코로나19로 인한 오프라인 서비스 중단 안내문을 남긴 채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여행사 1000여곳이 문을 닫은 가운데 최근에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도 만료되면서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6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현재 여행사는 2만1671개로, 지난해 말 대비 612개(2.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보다는 938개(4.1%)나 줄었다.

    국내 여행사는 지난 9월 말 2만2609개로 정점을 찍었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2만2283개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3월 말 2만2115개, 6월 말 2만1671개로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해외여행이 막힌 영향이 가장 컸다. 특히 내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사업을 하는 국외여행사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6월 말 현재 국외여행사는 9099개로 지난해 9월 말보다 633개(6.5%) 감소했고, 국내 여행 주선 업체는 6661개로 5.4% 줄었다. 다만 해외·국내 여행 사업을 모두 하는 일반여행사는 5911개로 73개(1.3%) 늘었다.

    각국의 항공기 운항 중단과 입국자 2주 격리 조치 등으로 외국인의 방한과 내국인의 출국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실제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13만8636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4.7% 줄었고 해외로 나간 내국인은 382만755명으로 74.5% 감소했다.

    여기에 여행·관광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도 지난달부터 본격 만료되면서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가 직접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지난 3월 특별업종으로 지정된 여행·관광 등 8개 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 만료가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도래 중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으로 고용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해고·감원 대신 휴업·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크게 유급휴업 지원금과 무급휴직 지원금으로 나뉜다.

    이 중 유급휴업 지원금은 특별업종의 경우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의 최대 90%까지(1일 최대 7만원) 지급한다. 당초 지급기간은 연 180일(6개월)이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60일 추가 연장돼 연 240일(8개월)로 늘어났다.

    특별업종 중에서도 여행·관광 업계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고용유지 조치를 시행하며 유급휴업 지원금을 받아왔다. 이미 지난달을 시작으로 지원금이 끊긴 기업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급휴업 지원금은 연간 기준으로 지급하는 만큼 내년 1월부터 다시 신청할 수 있지만, 업계는 정부 지원금 90%를 받아도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나머지 10%조차 현재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원금 종료를 앞두고 지난 10월 말 열린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관광산업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는 경영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성토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이 자리에서 "매출이 발생해야 고용유지 등이 가능한데, 그나마 3월부터 매출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사장이 알바해서 직원들 급여를 주는 실정이다. 사업체를 유지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당장 지원금 공백이 발생하면서 일부 기업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그간 지원금을 받으며 근근히 버텨온 게 1년이 다 되다보니까 호텔들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며 "이에 아예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무급휴직이나 구조조정 등을 생각하는 업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여행사 1위인 하나투어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무급휴직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하나투어는 지난 3월부터 유급휴업을 시행한 데 이어 6월부터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무급휴직 지원금이 종료됐어도 유급휴업 한도가 남아있어 지원금 신청이 가능하지만, 지원금 없는 무급휴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업계가 최대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지역의 고용센터별로 구성된 고용안정 현장지원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사업장들의 고용 안정을 밀착 관리하는 한편, 내년 1월부터 다시 신청 가능한 고용유지지원금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고용유지지원금 예산도 1조3728억원으로 확정했다. 고용부는 또 내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요건인 매출액 15% 감소 기준을 '전년대비'인 올해가 아닌 2019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비교가 불가한 올해가 아닌 정상적인 매출이 발생한 2019년으로 매출 증감을 비교하도록 한 것이다.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특별업종 중에서도 여행·관광 업종에 대해서는 다시 집중적으로 재점검할 예정"이라며 "가급적 업계가 고용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