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세이프가드 2년 연장 권고안 백악관 제출삼성, 상반기 美 세탁기 점유율 20.7% 1위LG, 월풀 제치고 생활가전 글로벌 1위 눈앞
  • ▲ LG전자 미국 테네시세탁기공장 생산라인. ⓒLG전자
    ▲ LG전자 미국 테네시세탁기공장 생산라인. ⓒLG전자
    미국 정부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시행했음에도 삼성과 LG의 미국 점유율은 나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가정용 대형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연장조치 권고안'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 장벽 중 하나다.

    ITC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산업에 대한 구제조치가 계속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세이프가드를 2023년까지 2년 연장하는 권고안을 대통령이 실행해주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세이프가드 연장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데, 그간 관례에 따라 ITC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정부의 수입산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7년 자국 가전업체인 월풀의 청원으로 조사가 시작됐고, 이듬해인 2월7일부터 3년 존속기간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내년 2월7일 종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월풀은 지난 8월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연장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현지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이프가드가 종료될 경우 사업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매출 기준 미국 내 세탁기 브랜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0.7%로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16.7%로 뒤를 이었다. 반면 월풀은 세이프가드 발동에도 3위에 머물렀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현지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효를 앞둔 2018년 1월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LG전자도 2018년 8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간 120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의 세탁기 공장 착공, 이듬해 5월 준공했다.

    월플은 100년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글로벌 가전업체이지만, 자국 시장서 삼성과 LG에 밀리면서 최근 성장도 정체돼 있다. 월풀은 2018~2019년 역성장하는 등 최근 5년 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0.6%에 불과하다.

    반면 LG전자의 생활가전(H&A)은 매분기 승승장구하고 있어 올해 처음으로 월풀의 연간 매출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LG전자의 올 3분기 누적 H&A 매출은 1조6728억원으로, 같은 기간 월풀(1조6385억원)을 제쳤다.

    업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에도 월풀이 얻는 이익은 사실상 없다"며 "다만 세이프가드 종료 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