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논의기구 '미디어혁신위' 설립 계획 검토중'가짜뉴스' 대응 여전히 논란 KT와 OTT 논쟁 확산미디어 변화 발맞춰 독립적인 통합기구 설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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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취임한지 2년이 지났지만, 공정성과 이중규제 논란 등으로 공약 이행률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8월 방통위 5기가 진용을 갖추고 본격 출범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연임에 성공해 5기 방통위를 이끌게 됐다. 김창룡·안형환 위원에 김현, 김효재 전 의원까지 상임위원으로 임명되면서 5인 체제 방통위가 완성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청와대의 지명을 받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4기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이효성 위원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사임했기 때문에 한 위원장은 남은 임기를 수행하는 '보궐임명' 방식이었다.
최근 방송통신업계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인한 시장 재편,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간 인수합병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방통위 역할이 큰 시기지만, 대응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존에는 IPTV와 케이블TV 등 방송통신 사업자가 인수합병을 신청할 경우 각각 과기정통부와 공정위법에 의거해 심사를 받아야 했다. 방송 부문 심사는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가 이루어진 후에야 심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복잡한 심사 절차로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는 9개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은 10개월이 소요됐다. 결국, 지난 10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지만, 효과가 발생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취임 당시 약속한 사회적 논의기구도 아직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한 위원장은 미디어혁신기구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방통위 내부에서도 논의기구에 대한 구체적인 설립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혁신위 설립 논의가 있는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정리된 건 아직 없다"면서 "방통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 설립이 되면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가짜뉴스'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 위원장은 최근까지도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유포·확산시키는 행위도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방통위가 예산을 지원하는 '팩트체크 오픈플랫폼'이 출범했지만,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팩트체크 플랫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다 정권에 따라 운영방침이 변경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내놓은 방안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웨이브와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와 간담회를 통해 'K-OTT 민관협의체'를 가동했으나 시장 혼란은 더 커졌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사업자 고충 해결에 나서겠다는 취지지만, OTT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신설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립구도에 서면서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관계부처가 손발을 맞춰야 하는 사안이지만, 엇박자 정책으로 불확실성은 확대됐다.
KT와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도입 이후 국내 OTT 산업 생태계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월 이용자수 600만명 수준에 육박하지만 국내 웨이브와 티빙, 왓챠, 시즌 등 토종 OTT 서비스는 아직 월 이용자 수는 최대 30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 방통위 5기는 시작부터 극심한 진통이 예상됐다. 미디어 전문 변호사 출신인 한 위원장과 언론학자인 김창룡 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 위원 모두 정치인이라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제 정비와 함께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는 미디어정책을 관할할 수 있는 독립적인 통합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보통신 분야 정책은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다. 이에 따라 통신방송 정책의 엇박자는 계속되고 있어 미디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방송통신 미디어전담기구의 통합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방통위 정책이 효율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미디어 정책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어 협의가 비효율적이고, 정책도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시민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