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캐피탈 인수 이후 벤처캐피탈 인수 검토매물 없는 증권사 대신 몸집 작은 2금융 물색비은행 경쟁력 강화, 계열사 시너지 창출 기대
  • 우리금융지주가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한 뒤 벤처캐피탈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룹 내 우리은행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만큼 비은행 부문 덩치를 키우기 위해 비교적 몸집이 작은 벤처캐피탈까지 관심을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신한금융이 두산그룹의 벤처캐피탈인 네오플럭스를 품은 것도 우리금융을 자극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사 중 벤처캐피탈을 거느리지 않는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KB인베스트먼트와 하나벤처스를 두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NH벤처투자를 설립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익기여도가 높은 비은행 계열사가 우리카드 외에는 없어 캐피탈 인수로 이익 다각화와 통합 마케팅 등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인수 지분율 기준 내년부터 연간 약 800억원의 수익 추가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벤처캐피탈을 계열사로 두면 그린뉴딜 등 정부의 정책적 투자 기조에 빠르게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최대 조 단위까지 필요한 증권·보험사보다 저렴한 1000억원 미만 수준으로 인수할 수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벤처투자와 관련한 조직을 계열사 내부에 갖추고 있어 벤처캐피탈 인수가 현실화하면 해당 업무의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와 보험사도 없다. 지난해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비은행 강화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를 1순위로 고려해왔다. 금융그룹은 기본적으로 은행과 증권·보험으로 구성되는 사업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당국이 외형 확대 자제를 주문하면서 당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어려워졌고, 특히 증권시장 호황으로 마땅한 매물이 없는 점이 제2금융권으로 눈길을 돌리게 했다. 

    우리금융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로 계열사들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시너지 창출과 수익성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과 연계한 신용등급별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 등 상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유망 중소기업투자나 기업투자 금융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 인수의 경우 향후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그룹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정 매물이 있을 시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우리종금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향후 증권사 인수와 동시에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해 합병한 뒤 중대형 증권사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벤처캐피탈 인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유망 중소기업 벤처투자를 수행하는 데도 적합하다"며 "아주캐피탈이 그룹 내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한 뒤 벤처캐피탈 인수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