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신축년 ‘흰 소의 해’…근면과 성실함 상징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21년 GS홈쇼핑 합병 기대감 높아져현대홈쇼핑, AK플라자, 신세계L&B·제주소주 등 소띠 CEO 관심
  • 유통업계에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있다. 새해는 신성한 기운이 깃드는 ‘흰 소의 해’다. 전통적으로 소는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완수해 나가는 성실과 근면함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유독 고충이 컸던 유통업계에서 각별한 의미다. ‘소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기대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사의 소띠 CEO는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인물로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허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GS그룹 내 대표적인 GS 3세 중 한명이다. 고(故)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인 그는 지난 2015년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이후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의 부회장 첫 해는 빈말로라도 쉬운 해는 아니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GS리테일도 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비교적 타격이 덜했다곤 하지만 코로나19에 맞춰 변화는 다른 업종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허 부회장은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가 배달 플랫폼을 출시하는가 하면 물류체인을 활용한 택배 서비스, 냉장보관 서비스, 결제대행 서비스를 내놓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해에도 그는 여전히 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GS리테일-GS홈쇼핑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내년 본격적인 시너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으로 GS리테일은 매출규모로 GS그룹 내 2위 계열사인 GS건설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 GS리테일은 합병을 통해 2025년까지 취급고를 25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황. 올해 연간 취급고 예상액인 15조원에서 연 평균 10% 이상 성장해야만 달성 가능한 수치다. 내년에도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코로나19의 영향 속에서 허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역시 주목받는 소띠 CEO 중 하나다. 1961년생인 임 사장은 지난달 현대백화점그룹 정기인사에서 현대홈쇼핑의 차기 공동 대표이사로 승진 발탁됐다. 그는 198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이후 현대백화점의 주요 계열사를 거친 대표적인 ‘현대맨’ 중 한명이다. 

    특히 2017년 현대홈쇼핑 경영지원본부장, 2018년 현대홈쇼핑 영업본부장 부사장을 맡으면서 홈쇼핑 분야에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홈쇼핑의 대표이사 교체는 6년만이다. 

    홈쇼핑 업계는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 중 하나다. 하지만 내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경우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요원한 상황. 임 사장의 발탁의 배경에는 ‘포스트 코로나19’에 대한 기대와 과제가 깔려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 40대 CEO인 김재천 AK플라자 대표이사 부사장도 기대를 모으는 인사 중 하나다. 그는 1973년생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유통이 아닌 항공 계열사인 제주항공 출신이다. 2009년 AK홀딩스 인사팀 전무를 거친 이후 2017년 제주항공 경영본부 부사장을 역임하며 현장 직원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제주항공을 성장괘도에 올려놓은 인사로 꼽힌다. 

    과제는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AK플라자가 받은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AK홀딩스 백화점부문의 누적 순손실은 33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 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6.93% 감소한 221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젊은 CEO인 그가 어떻게 과제를 극복해 나갈지에 시선을 집중하는 중이다. 

    1961년생인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이사 겸 제주소주 대표이사도 새해 행보가 주목되는 인사다. 올해 제주소주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와인수입사인 신세계L&B는 코로나의 수혜로 순조로운 성장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제주소주의 매각에 대한 소문도 적지 않았던 상황. 

    우 대표가 오비맥주, 두산 주류부문,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등을 거치면서 주류 전문가로 꼽혀온 만큼 새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대외 변수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라며 “근면과 성실을 상징하는 소처럼 흔들리지 않는 목표와 꾸준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