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예비당첨비율 늘고 무순위 청약 물량 급감청약 과열 현상에 귀한 대접, 건설사 마케팅 수단 활용불필요한 부동산 과다규제에 투기수단 전락 우려 목소리도
  •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무순위 청약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반청약보다 접근성이 좋아 수백만명이 몰리자 이를 적극 활용하는 건설사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 들어서는 DMC 잔여 1가구 무순위 청약에 29만8000여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미계약 잔여물량 1가구가 시세보다 5억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등장하자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분양가는 5억2643만원으로, 인근 아파트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10억 중반에 거래된 점을 감안할때 5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로또아파트로 떠올랐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이상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시세대비 저렴한 매물을 분양가에 얻는데 청약통장 사용 기회까지 아낄 수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GS건설이 자이 앱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접수받았다는 것이다. 신청자가 폭주하면서 온라인 청약시스템 접속이 지연됐고 급기야 마감시간을 오후 5시에서 1시간 연장하는 등 진풍경을 이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부동산정보를 교류하는 익명 채팅방에서는 무순위청약 접수 번호 공유는 물론 GS건설과 자이앱에 대한 평가까지 자유롭게 오갔다.

    무순위청약 과열 현상으로 건설사들은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모집가구수가 20가구 미만이면 한국감정원의 청약홈이 아닌 임의 방식으로 분양이 가능하다보니 건설사 입장에선 자사 어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실제로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영통자이 부적격 당첨 3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쌓은 바 있다. 자이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회원가입,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유도하며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사용했다.

    영통자이 역시 10만명 이상이 몰리며 신청자 폭주로 서버가 마비됐고, 마감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등 이번 DMC파인시티자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6만명이 몰렸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무순위 청약도 마찬가지였다. 대림산업은 홈페이지를 청약 접수 창구로 이용했고, 업계 최초로 공식 유튜브 생중계로 당첨자를 추첨했다. 동시 접속자만 3만명을 넘어섰는데 대림산업은 중간 광고로 자사 브랜드 '아크로'를 노출하며 브랜드 광고에 나섰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무순위 청약으로 마케팅 재미를 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빚어낸 촌극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통상 부동산 시장에서 무순위 청약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분양 흥행에 실패할 경우 남은 물량을 무순위 청약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무순위 청약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에서 예비당첨자 비율을 500% 확대하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저렴한 시세로 공급되는 로또 청약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면서 분양업계 미운오리였던 무순위 청약 방식이 갑작스럽게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

    일부 건설사들은 일반청약 당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선보이며 수요자 관심을 모으는 등 분양 흥행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청약 과열현상이 심화된 가운데 크게 줄어든 무순위 청약에 대한 수요자들의 열기가 대단하다"며 "청약제도를 두고 정부가 허락한 합법적 투기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