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장악3법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징벌적 손배 등 경영권 흔들고 CEO 범죄자로… 30대 그룹 소송비용 10조 추가급증하는 경제정책 불확실성… 투자위축·해외 자본유출로
  • 지난 연말 코로나19 팬데믹 반등으로 반짝 수주 잭팟을 터뜨린 국내 조선업계는 최근 고민이 많다. 올해부터 300인 미만 업체에도 적용되는 주52시간제 때문이다. 대형 조선사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지만 선박을 제작하는데 필수적인 중소 협력업체들은 300인 미만도 많아 업무차질을 예상된다.

    비단 조선업계나 주52시간만이 아니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수많은 법안들이이 대거 시행되고 또는 시행 준비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주요 21개국을 조사한 결과 2019년 한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은 6번째로 높았으며 2018년 대비 가장 많이 오른 국가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잦은 정책 변경과 줄잇는 기업규제 입법이 기업의 영업·투자 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기업장악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으로 해외 투기자본에 경영권이 노출되고 대기업이 해외로 거래처를 찾아나서면서 국내 중소기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함께 통과된 노조법은 해고자를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해 사업장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했다.

    올해도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거대 여당은 기업규제 후속 입법 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은 구체화 했고 초과이익 공유제 최고임금제 등 사회주의 국가를 방불케 하는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 ▲ 참여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관계자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 참여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관계자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기업장악법이 재벌 총수의 경영권을 흔들었다면 중대재해 처벌법은 경영자를 직접 겨냥한다. 직원이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 사고로 사망하면 사업주가 징역형을 살 수 있다. 처벌수위도 매우 높아 징역형 하한선이 2년 이상이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지만, 고의성이 없는 경영자의 안전관리 과실을 형사처벌한다. 고의성 없이도 과도한 처벌을 한다는 점에서 스쿨존에서 사고를 내면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민식이법과 닮았다.

    여당인 민주당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8일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계의 반발이 거세지만 오는 5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세부내용을 정리한 뒤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 법무부 입안으로 시작된 이 법은 피해자 50인 이상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실제 손해보다 최대 5배까지 배상책임을 물린다. 특정 기업에 반감을 가진 50명 이상이 모여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는 기획소송이 남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이 이뤄지면 해당 기업은 많은 법률적 방어비용을 쏟아야 하며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소송을 제기하는 쪽은 이를 고려해 거액의 합의금을 노린 원색적이고 치명적인 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

    또 법무부가 제출한 법안은 피해자는 개략적인 피해사실만 주장하고 이에 대한 모든 해명은 기업에게 돌렸다. 만약 피해자가 내부 영업비밀을 이용한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주장하면 기업은 제대로 답변하기 어려워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전경련 조사결과 징벌적 손해배상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30대 그룹에서만 소송비용 10조원 가량이 추가로 발생한다. 정부가 추정한 1조6500억원보다 6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업들은 현재도 형사처벌, 행정제재, 민사소송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면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했다.

    최고임금제도 연내 통과가 예상되는 법안이다. 최대 469배 차이나는 노동자와 경영자의 임금차이를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88억원의 임금을 받는 손경식 CJ 회장이나 70억원을 받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등의 임금을 제한해 해당 기업 최저임금의 30배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공공기관 최고 임금도 7배로 제한해 수억원대 기관장 연봉을 깍는 내용도 담긴다.

    속속 등장하는 규제법안에 기업들은 울상이다. 전문가들은 잦은 경제정책 변경은 기업의 투자위축, 외국 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경련이 국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경제정책 불확실성과 기업 투자는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로 나누어 분석해도 각각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의 설비 및 연구개발투자 모두 감소했다. 특히 R&D 투자보다 규모가 크고 불가역적인 성격이 강한 설비투자에서 이 같은 음의 관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여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경제전반의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충격의 빠른 극복을 위해서도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