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CEO 앞에서 대기업 행태 지적대기업 강연에선 중견기업 면밀한 조사 대상기업인들 “모든 기업집단 일감몰기 공포”
  •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서울 서초 쉐라톤강남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서울 서초 쉐라톤강남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1차 타깃이던 대기업집단 외 사각지대로 평가받던 중견기업에 대한 주시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상의 초청의 대기업 CEO 강연에서 중견기업에 대한 조사방침을 밝혔던 조 위원장은 5일 중견기업연합회 초청의 조찬강연에서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조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은 공정한 시장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시장규칙이 잘 준수되도록 하는 감시자”라며 “시장규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못할 때에는 제재를 가해 구조적인 문제도 개선하는 심판자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내부거래를 엄중히 살펴보고 있다”며 “편법 경영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가 적발될 때에는 엄정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기업 CEO들은 조 위원장의 해당 발언에 잔뜩 긴장하는 눈치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2일 중견련 행사와 비슷한 취지로 연 조 위원장의 간담회에서는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일감몰기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어서다.

    조 위원장은 당시 상의 강연회에서 “중견기업은 그동안 대기업집단에 비해 공정위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과거부터 축적한 자료에 기초해 사익편취와 부당 내부거래를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언급했었다.
  • ▲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5일 서울 서초 쉐라톤강남호텔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박성원 기자
    ▲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5일 서울 서초 쉐라톤강남호텔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박성원 기자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조성욱 위원장은 앞서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이 중견기업에 부당 내부거래와 사익편취가 더 많이 나타난다며 면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며 “사실상 중소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집단에 압박을 가한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도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 아래 기업발전을 저해시키는 법안이 홍수처럼 발의되고 추진 중”이라며 “내부거래로 조세비용 절감이나 수직 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요소가 있음에도 일감 몰아주기로 치부한다면 기업가 정신을 위배하는 훼방적 조치”라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발표할 ‘일감 몰아주기 심사지침’을 통해 대기업이 제3자를 매개로 간접적으로 총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도 처벌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공정거래법에 근거가 없는 조항을 추가해 중견기업이 대기업에 일감을 줘도 규제대상으로 판단하려는 것이다.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을 천명한 공정위가 기업성장에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조 위원장은 “투자규모 확대나 수익창출 등 기업가정신을 저해할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내부거래는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소로 법안 개정은 기업에 부담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 조금이라도 이익이 생기면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거래까지 제재를 당할 판국”이라며 “기업인들은 요즘 상황이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다고 걱정하는데 공정위는 규제만 할 생각이어서 오히려 공정경제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