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신년사에 불확실성 극복과 도약 다짐안젤라 데이비스의 ‘벽’, 빅토리아 홀트 ‘후회하지마라’ 인용정지선 회장 신년사와 비전 2030 선포… 2030년 매출 40조 제시
  •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그룹의 오너 3인방이 2021년 신축년의 화두로 제시한 키워드는 모두 ‘변화’와 ‘기회’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종식되는 ‘포스트 코로나’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내내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그룹 오너 3인방은 이날 새해 업무개시와 함께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는 새해 각오에 대한 임직원들에 대한 당부와 함께 ‘변화’와 코로나19 이후에 찾아올 ‘기회’가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전달하기 위한 다채로운 비유가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사
    ▲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눈 앞의 벽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해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게 준비된 자세와 경기 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려면 임직원의 자율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며 “단순히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연기됐던 사업을 꺼내어 반복해서는 성공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신 회장은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앞으로 반복될 팬데믹 상황도 지혜롭게 헤쳐갈 수 있다”며 “대내외 여건이 불안정할수록 기업 경쟁력과 위기관리 능력만이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소설가 빅토리아 홀트의 명언을 인용했다. 

    그는 이날 동영상으로 제작된 신년사를 통해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라며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 해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포스트 코로나’가 기회요인이라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후 르네상스라는 화려한 꽃이 피었던 것처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는 일들 조차 자신이 속한 사업만 바라보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면 그룹 내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자산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런 생각이 곧 ‘대담한 사고’이자 ‘위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비유 대신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새해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시무식에서 미래 청사진이 담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신년 메시지를 통해 “유례없는 코로나19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축으로 한 산업 패러다임의 급변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이 예상되면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잠재적인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와 가장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맞춤형 성장전략을 수립해 추진하는 한편,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신수종(新樹種) 사업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 (ESG)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세대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내놨다.

    정지선 회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해온 저력을 바탕으로 ‘비전 2030’을 지렛대 삼아, 100년 이상 지속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