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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돼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심사기준 개선에 나서지만 인위적인 분양가 통제로 인한 정책실패로 여겨질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HUG는 "민간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HUG 고분양가 심사를 개선해 달라"는 주택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고분양가 심사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는 지난 5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주택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나온 규제개선 건의사항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HUG의 분양가격 통제와 '깜깜이심사' 때문에 수도권에서만 약 10만 가구의 분양이 지연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4년간 HUG는 분양가격이 높은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분양보증 심사를 할 때 분양가가 높으면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격을 통제해왔다. 보증을 받지 못하면 선분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못해 HUG가 제시한 분양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문제는 HUG가 고분양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심사기준의 경우 '입지, 단지 규모, 브랜드 등 유사한 인근 아파트를 비교사업장으로 한다'는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나와 있을 뿐 명확한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래미안원베일리·둔촌주공 등 대규모 사업장은 HUG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양일정이 연기됐다. 여기에 지난해 7월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사업성 저하를 우려한 사업장들이 어떻게든 선분양에 나섰지만 HUG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일정이 미뤄졌다.
이런 상황에 지난 8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격이 3.3㎡당 5669만원으로 확정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HUG 제시가격(3.3㎡당 4891만원)보다 5∼10%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16%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HUG와의 협상결렬로 분양일정이 미뤄진 단지가 오히려 상한제 적용후 분양가가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HUG의 분양가 심사과정이 적절치 못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분양보증 기관인 HUG를 통해 분양가 통제에 나선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며 "앞으로 다른 단지들도 HUG의 분양가를 받아들이는 단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초구청이 래미안원베일리 분양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가산비가 상당액 반영되었고 최근 주변 집값상승에 따른 지가상승분도 일부 반영되면서 분양가가 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은 2019년 분양된 아파트를 비교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동안 토지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선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신축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다"며 "분양가상한제가 주택공급을 저해하지 않도록 제도 운영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