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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이 최근 사모펀드(PEF)인 JC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KDB' 상표권을 그대로 가져갈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KDB생명은 기존 네이밍을 유지할 경우, KDB산업은행 측에 연간 수십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내게될 상황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 브랜드를 사용 중인 금융계열사 KDB캐피탈, KDB인프라자산운용, KDB생명 등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5년 자체 브랜드 사용료 부과체계를 마련했으며, 3개 계열사를 통해 거둬들이는 연간 사용료는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브랜드 사용료는 매출액 또는 영업수익에서 광고 선전비를 뺀 금액에 각사의 사용료율을 곱한 금액으로 분담한다.
KDB생명 측은 JC파트너스와 산업은행간 주식매매계약만 체결됐을 뿐, 매각 후 방향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어 이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수 주체인 JC파트너스 측 역시 "브랜드 사용 여부 등 KDB생명에 대한 어떤 건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보험업계는 "올해가 상표권을 재계약 해야 하는 시점(3년 갱신)이라, 재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매각이 마무리되면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 몰라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MG손해보험 사례를 들며, 기존 네이밍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경영개선 명령을 받은 MG손해보험을 2000억원 유상증자하는 조건으로 사들였으며, 'MG' 상표권을 그대로 유지해 주고 있다. MG손해보험 측은 인수 후에도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브랜드 사용료를 납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브랜드를 유지하되, 일정기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난 2019년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경우, 롯데지주와 상호를 5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네이밍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보험업계 불황 속 JC파트너스가 조달하는 인수 자금이 후순위채로 발행돼 두자리대(억원) 브랜드 사용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은 받지만 당장 들어오는 돈은 아니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산업은행이 자사 브랜드 가치 및 사용료 산정방식을 재평가 할 수도 있어 사용료 증가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KDB' 네이밍을 놓고 해당 이미지가 득이될지 실이될지 JC파트너스 경영진에서 논의를 지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JC파트너스가 조성할 펀드 내 산업은행이 1000억원을 후순위 지분으로 투자해 추가수익 노리고 있는 만큼, 양사의 'KDB' 상표권 격돌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지분 약 93%를 2000억원에 매입하고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JC파트너스가 조성할 펀드 3500억원에는 우리은행이 1000억원을 투자하며, 산업은행이 후순위 지분으로 1000억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