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타는 배터리… 저온 주행거리 천차만별모델 3 주행거리 39.6%까지 줄어'히트 펌프' 장착코나·니로는 90% 제 기능
  • ▲ 충전 중인 테슬라 ⓒ뉴데일리DB
    ▲ 충전 중인 테슬라 ⓒ뉴데일리DB
    매서운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기자동차 운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배터리가 추위에 약해 주행거리가 줄고 충전 속도마저 느려지기 때문이다. 비싼 값을 치렀지만 정작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최근 ‘테슬라 열풍’을 일으킨 모델 3의 경우 기온이 낮아지면 주행거리가 39.6%까지 확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 저온 주행거리는 천차만별이어서 선택에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트림(세부 모델)은 주행거리 352.1㎞를 인증받았다. 그러나 저온 주행거리는 212.9㎞로 평소의 60.4%에 불과하다.

    가장 멀리 달릴 수 있는 모델 3 롱 레인지(446.1㎞)는 저온 주행거리가 273.1㎞로 나타났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른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피할 수 없는 한계다. 가장 널리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액체다. 리튬 이온이 양극을 오가며 전기를 생산하는데, 액체 상태의 전해질은 굳거나 얼어 팽창할 수 있다.

    이 경우 리튬 이온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저항이 증가해 성능이 떨어진다. 추위에 주행거리가 줄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다.

    겨울에 히터를 틀고 좌석 열선 기능을 켜기라도 하면 주행거리는 더더욱 짧아진다. 실내를 덥히는 데도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엔진 열을 활용해 히터를 돌리는 내연기관과 다른 것 중 하나다.

    다만 차종별로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데 어느 정도 차이는 있다.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상온 405.6㎞ 저온 366.0㎞다. 일정 수준 이상 기온이 뚝 떨어지더라도 평소의 90.2% 정도 성능을 낸다.

    기아차 니로 EV의 경우 상온 385.0㎞, 저온 348.5㎞의 주행거리를 갖췄다. 르노삼성이 판매 중인 조에는 상온에서 309.0㎞를 달린다. 저온 주행거리는 236.0㎞로 76.3% 정도 기능을 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히트 펌프’의 유무다. 히트 펌프는 전기 모터, 인버터 등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난방에 활용한다. 그만큼 낮은 기온에서 배터리 효율 감소 폭이 작게 된다.

    현대·기아차 등은 옵션(선택 사양)으로 히트 펌프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겨울에 배터리 주변을 데워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통상 배터리 온도가 영하 10도 정도로 떨어지게 되면 용량의 80%까지 급속충전 하는 데 약 3시간(64kWh 리튬 이온 배터리·100kW 기준)이 소요된다. 그러나 주변을 데우는 기술을 접목하면 시간을 1시간 20분가량 줄일 수 있다.

    반면 테슬라 모델 3는 히트 펌프 등 관련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뒤늦게서야 히트 펌프 적용을 추진 중이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부분 변경이나 연식 변경된 모델 3에만 추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국내에 공개된 모델 Y에는 히트 펌프가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히트 펌프가 없는 경우에도 성능 차이는 있었다. 히트 펌프를 장착하지 않은 코나 전기차는 상온 405.6㎞, 저온 310.2㎞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평소보다 23.6%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시 리튬 이온 배터리의 특성과 관련 기능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겨울 추위에 취약한 만큼 충전을 자주 하고 관리에 신경을 쓰는 등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경부는 겨울마다 전기차 운전자 불만이 많았던 것을 고려해 2017년 9월부터 저온 주행거리 기준을 시행 중이다. 상온 주행거리가 200㎞ 이상인 경우 저온에서 60.0% 이상의 성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