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입법만 1500건 넘어… 2012년 이후 최대96% 본심사 생략… 83% 국회 피해 하위법령으로기업장악3법·기업징계3법 모두 규제심사 안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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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신설되거나 강화된 정부 규제가 1510건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경제위기가 덮친 가운데 지나치게 규제만 남발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정부 입법을 통해 신설·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으로 2019년에 비해 55.0% 늘었다.규제 신설·강화 추세를 보면 2013년 1200건에서 2014년 1146건, 2015년 1022건으로 줄어들다가 2016년 1491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점차 해마다 줄어들다가 지난해 다시 1500건을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는 정권 후반기에 규제를 신설하는 경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권 초기 세운 국정과제를 후반기에 법이나 시행령으로 입안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권 교체를 앞두고 정부가 기업을 더욱 옥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특히 1510건 규제 중 96.4%(1456건)는 비중요규제로 분류되어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규제를 신설하려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대다수가 심도있는 심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신설·강화된 규제 중 단 신설규제 32건, 강화규제 22건 등 총 54건만이 중요규제로 분류돼 본심사를 거쳤다. 이 중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철회권고를 받은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규제개혁위의 성과가 미진한 것은 정부가 국회 심의를 받지 않기 위해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으로 규제안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설·강화된 규제의 83.8%(1265건)는 국회심의를 받지 않는 시행령 이하 하위법령을 통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법률을 기초로 강화된 규제는 직전 3개년 평균(15.6%)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시행령 이하 법령으로 시행된 규제는 대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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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법률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 개정으로 핀셋 규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연금 5%룰 개정안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보고·공시 의무를 완화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대폭 강화하는 영향력 큰 규제였지만, 이는 국회 심의 없이 국무회의 통과만으로 시행됐다.기업경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법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 등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는 것도 문제다. 상법과 의원발의 입법안은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영향평가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안, 징벌적손해배상법안도 규제영향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법을 진행하고 있다.경제계는 이같은 규제만능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신설 규제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규제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법의 경우 정부가 발의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치지 않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의원입법이라는 이유로 규제영향평가를 피해가는 등 정부의 입법 꼼수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는 입법주체나 법안의 종류와 무관하게 규제가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 신설·강화돼야 한다"며 "법률 개정을 통한 규제도 규제영향 평가를 거치도록 하고 규제개혁위원회 본회의 심사 비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