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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에 양극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예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는 적자 수렁에 빠졌다.
특히 이들 3사는 쌍용차의 첫 전기차를 제외하면 올해 마땅한 신차도 없다. 아이오닉5, CV, K8 등 신차가 즐비한 현대차, 기아와 대비된다.
현대차그룹과의 판매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3사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증권가 추정치 등을 종합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코로나 여파에도 2조~2조7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총 1조1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4분기 추정치 1조6000억원 정도가 더해지면 2020년 연간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기간 기아는 784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분기엔 1조원 가량이 예상돼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6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지엠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흑자전환이 유력했다. 코로나 여파에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흑자실현을 눈앞에 뒀다.
상황이 뒤바뀐 것은 11월부터다. 상반기 6만대에 이어 노조의 15일간 부분파업으로 2만5000대의 생산손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흑자전환을 목전에 놓고 노조의 어깃장에 결국 7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르노삼성 또한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수출을 받쳐줬던 닛산의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계약종료로 소진된 결과다.
르노삼성은 임원을 40% 줄인데 이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서바이벌 플랜에 돌입했다.
쌍용차는 16분기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마지막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6년 4분기다. 2016년 당시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가 인기를 얻으며 279억원의 깜짝 흑자를 실현한 바 있다.
올해는 파산이라는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12월 외국권 금융사에 600억원의 대출을 갚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같은달 21일 산업은행 대출금 900억원도 연체하며 현재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 현대차, 기아와 이들의 점유율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기아차는 CV(프로젝트명)와 K8, 신형 스포티지 등 신차 출시가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나머지 3사는 마땅히 내놓을 신차가 없다.
쌍용차만이 유일하게 첫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보조금 등 제약이 많아 판매량을 확 늘리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시장에는 경쟁력이 월등한 차들도 즐비해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다양한 신차를 선보일 현대차그룹과 판매량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역시 완성차업체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단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변경 외에 이 난국을 돌파할 만한 신차가 없단 점이 이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가뜩이나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8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신차마저 없어 현대차그룹의 독주는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