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SK 와이번스 인수 추진에 야구팬들 다양한 추측 중 “유통의 경쟁자는 테마파크와 야구장” 정용진 부회장 과감한 추진지난해 이마트 매출 성장 더불어 최대주주로서 업무추진 자신감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그룹
    “신세계 와이번스는 강해 보이지만 이마트 와이번스는 마스코트 같아요.”
    “문학구장 부지를 새로운 스타필드를 만들어 주세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에 나서면서 야구 팬들이 발칵 뒤집혔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그룹이 창단 20년 된 인기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의 핵심에 정용진 부회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는 왜 이 시점에서 야구단 인수를 결심한 것일까. 그 힌트는 정 부회장이 그리는 미래 유통업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26일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바로 '신세계그룹'이다. 

    SK 와이번스 인수 이후 팀명을 어떻게 잡을지를 두고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세계 와이번스’, ‘이마트 일렉트로스’ 등에 찬반논란이 생기는가 하면 이미 이마트의 로고와 노란색 컬러가 들어간 야구복의 디자인이 다수 제작되는 중이다. 일부 야구팬은 이마트의 ‘이마트송’을 개사해 응원가로 만들고 있을 정도.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우승 때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마련해준 ‘집행검’이 등장한 것처럼 와이번스 우승시에는 정 부회장이 ‘피코크’를 들고 등장한다는 농담은 물론 팀 마스코트가 일렉트로마트의 ‘일랙트로맨’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이날 SK텔레콤과 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를 합의하고 관련 MOU를 체결했다. 지분 인수가격은 1000억원으로 훈련장 등 자산 인수금액을 포함한 총 가격은 1352억8000만원 규모다.

    따라서 팀명에는 이마트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그룹에서 가장 자금여력이 풍부한 이마트가 SK텔레콤의 지분 100%를 인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 팀명은 물론 유니폼 디자인도 확정된 바 없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창단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했으며, 구단 네이밍과 엠블럼, 캐릭터 등도 조만간 확정하고, 3월 중 정식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 ▲ 야쿠팬들이 추정해 만든 이마트 와이번스의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 야쿠팬들이 추정해 만든 이마트 와이번스의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이번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인수는 정 부회장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야구에 상당한 애정을 품고 있다는 추측도 있지만 그보다 힘이 실리는 것은 그의 유통사업에 대한 비전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복합쇼핑몰 추진 과정에서 “향후 유통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통의 미래가 단순히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에 있다는 취지다. 

    실제 그는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를 국내 설립하면서 이 가능성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경기도와 함께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야구단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정 부회장은 기존 복합쇼핑몰에 테마파크, 야구장을 동시에 운영하게 되는 셈이다. 테마파크에서 야구의 콘텐츠를 즐기면서 쇼핑까지 할 수 있다는 구상이 이뤄질 수 있게 되는 것. 정 부회장이 생각해온 유통업의 라이벌을 모두 품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는 온·오프라인 통합이 가장 잘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분야로 두터운 야구팬층이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야구팬과 고객의 경계없는 소통과 경험의 공유가 이뤄지면서 상호 간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정 부회장의 이번 야구장 인수에는 상당한 자신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마트의 매출이 성장하는 등 유통업계에서도 두드러지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주식을 증여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점도 과감한 결정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SK 와이번스의 2019년 연간매출은 652억원으로 영업손실은 6억2000만원 수준.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운영 자체가 이마트에 큰 부담을 주는 구조가 아니고 반대로 마케팅 효과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가 성사된다면 오프라인 플랫폼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체험·경험 등의 기능을 기존 신세계그룹 유통채널과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야구 관중의 주축이 20~30대 연령층이고 여성 관중도 증가 중이어서 향후 소비를 주도할 세대의 마케팅 측면에서 타겟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