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이랜드 등 유통업계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변화에 스타트업 기회 예의 주시기존 유통망 활용한 성장 기대… 자본수익은 물론 기술 확보도
  • 유통업계가 벤처캐피탈에 푹 빠지고 있다. 주요 유통그룹이 앞다퉈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거나 운용을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벤처기업 투자 준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적잖은 기회가 찾아오리라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미리 선제적 투자를 통해 자본수익은 물론 제휴, 협업 등을 위한 새로운 기술,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는 유통기업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스타트업의 투자, 창업 지원 등을 맡고 있는 계열사 롯데엑셀러레이터를 운영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사재를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이 법인은 현재까지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직접 투자는 물론 투자유치부터 사무공간 지원, 법률·회계·세무 자문, 홍보·마케팅까지 직접 지원해주는 것이 특징. 초기 투자금액은 2000만~5000만원 수준이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속도와 롯데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감안해 추가 투자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미 롯데그룹은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재미를 보는 중이다. 롯데쇼핑의 온라인몰인 롯데온(ON) 서비스 과정에서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지원을 받은 다양한 계열사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배송 서비스의 혁신을 위해 초소량 물류 스타트업 피엘지(PLZ)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타트업 나우픽을 통해 생필품 온라인 전문 편의점 서비스를 배송해주는 식이다. 이 두 회사는 모두 롯데엑셀러레이터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다. 

    롯데그룹의 이런 형태의 스타트업과의 제휴, 투자는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오는 31일까지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L-CAMP는 최근 8기 지원기업을 모집 중이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도 잇따르는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출범한 것에 이어 지난해 말 오너일가인 문성욱 신세계톰보이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백화점 등의 유통망과 관련된 스타트업을 집중해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도 최근 CVC 이랜드벤처스를 설입하고 유망 패션,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에 나선다. 이랜드그룹의 강점 영역인 패션·유통·서비스·IT 분야의 스타트업에 단순 투자 뿐 아니라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이랜드가 보유한 실생활 전반의 콘텐츠를 통해 사업의 기반을 탄탄히 할 수 있게 돕는다는 포부다. 

    업계에서는 유통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을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의민족, 쿠팡 등의 서비스가 론칭할 때만 하더라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유통업계가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이들이 수조, 수십조원으로 평가되는 것을 보고 스타트업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것. 같은 기간 전통적 유통업계는 오히려 성장성이 줄어드는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는 유통업계의 기존 사업을 활용한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이를 통한 자본수익 및 기술 제휴가 용이하다는 점도 최근 벤처 투자에 나서게 된 이유로 꼽힌다. 지금까지 내부적으로만 추진해온 변화를 외부와의 제휴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