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업체 종사자 35.1만명 줄어… 제조업 7.2만명↓숙박·음식업 24만명 역대급 감소… 상용직도 30.2만명↓작년 1인당 근로시간 1927시간… 휴업·휴직으로 30시간↓
  • ▲ 암울한 고용시장.ⓒ연합뉴스
    ▲ 암울한 고용시장.ⓒ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의 여파로 우리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 종사자가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얼핏 보면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형국이지만, 실상은 제조업 전반의 침체로 고용유지도 버거운 실정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은 지난달 종사자가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다. 고용이 안정적인 상용직 근로자도 역대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25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영업일 기준 국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828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5만1000명(1.9%)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마이너스(-22만5000명)로 돌아선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은 코로나19 1차 확산의 고용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해 4월(-36만5000명) 이후 가장 컸다. 새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일자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지 않은 탓이 컸다. 지난달 공공행정 부문 종사자 수는 2만6000명(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재정일자리 사업이 종료되기 전인 11월 공공행정 분야에서 20만7000명(26.8%)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12.6%에 불과했다.

    종사자 수 증감을 산업별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 서비스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104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4만명(18.7%) 급감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여행업 등 사업시설관리업 종사자와 예술·스포츠업 종사자도 각각 6만9000명(6.0%), 5만4000명(17.0%) 감소했다.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우리 산업의 중추이자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은 36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2000명(1.9%) 줄었다. 지난해 2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한국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20일 수출입현황'을 보면 이 기간 수출액은 304억 달러, 수입액은 316억 달러를 각각 나타냈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43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은 21억7000만 달러로 29.2%나 증가했다. 2월도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수출증가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전자·반도체 호황만으로는 고용한파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지난달 31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기계·조선·전자·섬유·철강 등 8개 국내 주력 제조업종과 건설·금융보험 등 총 10개 업종을 중심으로 살펴본 '2021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상반기 그나마 일자리가 늘어나는 곳은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업종쯤이다. 나머지 업종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해 일자리가 줄거나 유지하기에 급급할 거로 예측됐다.

    종사자 수 증감을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지난달 상용직 근로자는 154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만3000명(-1.9%) 줄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임시·일용직은 2만6000명,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기타 종사자는 2만2000명 각각 줄었다.
  • ▲ 발길 끊긴 식당.ⓒ연합뉴스
    ▲ 발길 끊긴 식당.ⓒ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은 400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8000원(3.0%) 증가했다. 상용직은 424만6000원으로 11만2000원(2.7%) 증가한 데 비해 임시·일용직은 170만5000원으로 13만원(8.2%) 늘었다.

    임시·일용직 임금이 상용직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숙박·음식업 등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임시·일용직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시·일용직의 이직(離職)이 급증하면서 임금 총액이 늘어난 탓이다. 숙박·음식업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올랐을 수도 있지만, 고용 한파의 여파로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것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가령 한 음식점에 100만원을 받는 노동자 A와 150만원씩을 받는 노동자 B, C 등 총 3명이 일을 해오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노동자인 A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가정하면 코로나19 이전 이 음식점의 총 인건비는 400만원으로 임시·일용직 평균 임금은 133만3000원이 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A가 나가게 되면 총 인건비는 B, C 2명을 합쳐 300만원으로 줄지만, 평균 임금은 15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7만원쯤이 오르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분자에 해당하는 총 인건비는 찔끔 오른 반면 분모에 해당하는 종사자 수는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숙박·음식업의 임시·일용직은 8만4000명 급감했다.

    지난해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352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3만7000원(1.1%) 올랐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1인당 월평균 실질 임금은 334만6000원으로 1만7000원(0.5%) 증가했다.

    지난해 상용직 근로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27시간으로, 전년보다 30시간(1.5%) 줄었다. 지난해 근로일 수가 전년보다 2일 많은 데도 근로시간이 준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휴업·휴직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