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CEO에 이은형 부회장…안선종 하나금융 CSO 이사진 합류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앞두고 법률 전문가 늘려…규제강화 대비 비상장사임에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감사위원 분리선출 조건 충족
  • 하나금융투자가 새로운 수장을 맞으면서 이사회 구성도 변화가 감지됐다. 하나금융지주의 그룹전략총괄(CSO) 상무를 신임 이사진으로 영입하고, 법조계 출신 인사도 새롭게 합류한다. 

    비상장사임에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상법 개정안 대응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다만 기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이었던 인물을 분리선출할 감사위원 후보로 올렸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제 46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대표이사 사장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분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새 CEO에 이은형 부회장…지주 CSO 이사진 합류 

    우선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부회장을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을 하나금융투자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선정했다. 이달 3일 하나금융투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그룹임추위에서 추천한 최고경영자 후보에 대해 관계법규에서 정한 자격기준 적합여부를 검토해 주총 안건으로 확정했다. 

    1974년생인 이 부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한 뒤 중국 지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베이징대학교 고문교수를 역임했다. 2011년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전략총괄 부사장으로 발탁됐으며 중국 민생투자그룹 부회장 및 투자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작년 3월에는 함영주 부회장, 이진국 부회장과 함께 지주 부회장에 올랐다. 

    임추위는 이 부회장의 추천 배경에 대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나금융투자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함으로써, 하나금융투자가 국내 경쟁을 넘어 글로벌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투자은행(IB) 부문에 힘을 싣기 위해 글로벌 전문가로 유명한 이 부회장을 주력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의 사령탑으로 낙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진행 중이며, 진입 이후 글로벌 사업 역량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이 하나금융투자 IB 부문과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해 자기자본 4조원을 기반으로 빅5 증권사 진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시각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그룹전략총괄(CSO)이 새롭게 이사회 멤버로 진입하는 것도 이러한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안선종 하나금융지주 그룹전략총괄 상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기타비상무이사직은 비상근이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안 상무는 1968년생으로 하나은행 리테일사업부 팀장, 하나은행 홍보팀 부장, 하나금융지주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하나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부장, 하나금융지주 그룹전략총괄 상무 등을 역임해 왔다. 

    CSO는 그룹 시너지 업무와 인수합병(M&A) 전략, 기획조정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사 전통 요직으로 꼽힌다. 지난해 초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CSO를 비롯해 그룹재무총괄(CFO), 경영지원실, 그룹준법감시인(CCO) 등 4개 부문 조직을 직접 컨트롤 해왔다. 

    안 상무는 하나금융투자 이사회의 경영의사 결정 과정에서 김 회장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 인사로 거론된다. 이를 통해 그룹과의 실질적인 협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 대비 법률 전문가 1인 추가…감사위원 분리선출 규정지키되 재선임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1인을 새롭게 영입하면서 이사회 규모는 기존 7인에서 8인 체제로 변경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오는 24일 주총에서 남기명 전 법제처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남 전 처장은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법제처 행정심판관리국장, 법제처 차장, 제 27대 법제처장을 역임한 법률 전문가다. 

    이사회 멤버 중에는 성민섭 사외이사가 법률 전문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충원에 나선 것은 오는 25일 시행을 앞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규제 강화에 따라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대관 업무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증권업계 전반으로 금융관료 출신과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는 분위기다. 

    임추위는 "금융투자업계에 법률 이슈가 증가하고 있다.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를 위해 법률 전문가를 추가하는 것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남 전 처장의 사외이사 추천 배경을 전했다. 

    분리선출한 감사위원 후보로 기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인 전영순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를 올린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을 1인 이상 따로 뽑도록 하는 분리선출제가 도입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출단계부터 다른 사내·외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도록 한 제도다.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 하나금융투자는 비상장사로서, 상법 개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출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의거해 오래 전부터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규정을 지켜왔다. 

    새로운 후보 발굴이 아닌 임기 만료를 앞둔 인물을 이사회에 재진입시켰다. 

    전영순 사외이사는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로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한 회계 전문가다. 하나금융투자 정관상 감사위원회 위원 중 1인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를 둬야 하는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전 사외이사가 홀로 여성이라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임에도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따라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