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공장, 이틀간 가동 중단14만대 넘게 팔린 그랜저 '빨간불''4월 위기설' 현실화… 종합 대책 절실
  • ▲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뉴데일리DB
    ▲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뉴데일리DB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공장이 멈춰 서고 있다. 현대차 울산 1공장과 아산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쌍용차도 평택 공장 문을 닫았다. 

    대표 국민 차인 그랜저와 쏘나타까지 생산을 하지 못하면서 반도체 수급난 충격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정부 차원의 대응과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12일, 13일 이틀간 아산 공장 문을 닫는다. 파워컨트롤유닛(PCU)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서다. 이 기간 공장 직원은 온라인 재택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있다”며 “재고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산 공장에서는 그랜저, 쏘나타가 생산되는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의 휴업이 재고를 관리하는 차원 이었다면, 지금은 생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4만5463대로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한 그랜저는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분기(1~3월) 2만5861대 팔리는 등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지만 반도체가 흥행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그랜저를 주문한 소비자는 결국 기다리는 것 외에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 판매 대리점 관계자는 “옵션(선택 사양) 구성, 외장 색상에 따라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발(發) 4월 위기설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아이오닉 5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은 지난 7일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은 14일까지 이어진다. 기아는 주말 특근을 시행하지 못하게 됐다.

    쌍용차는 지난 8일부터 평택 공장을 1주일간 멈춰 세웠다. 현대차·기아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품귀 사태 때문이다. 지난 5일 렉스턴 스포츠·칸을 새로 내놓았지만 당장 만들지를 못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지난 2월부터 부평 2공장 가동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은 부품 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1~3차 협럭 업체(53곳)를 상대로 긴급 조사한 결과 반도체 수급 차질로 20.0% 이내 생산이 줄어든 기업이 64.0%에 달했다.

    고봉철 현대모비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섹터장(상무)은 “직접 반도체 회사 앞까지 찾아가 기다리는 등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정부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대만 정부와의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부품 업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특별 투자펀드 조성, 금융지원 등을 요구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대체 소자 발견, 사양 변경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과 독일 정부처럼 대만에 증산을 요청하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2024년까지 반도체 시설투자에 드는 비용의 40.0%를 세액공제하고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 지원금을 편성했다. 유럽연합(EU)은 투자 금액 중 최대 40.0%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민관 참여 기구를 만드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