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수 대상으로 꼽혔던 이베이코리아 입찰 포기온라인쇼핑 거래액 161조 중 67.4%가 모바일쇼핑카카오, 2020년 국내 커머스 플랫폼 점유율 7위1조 몸값은 고평가란 지적도
  • 카카오커머스가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 이베이코리아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카카오가 입찰 포기 이후 지그재그 합병으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그재그는 지난해 거래액 7500억원을 기록한 여성 의류 1위 플랫폼이다.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의 기업 가치는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선택한 이유를 모바일쇼핑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 1234억원으로 사상 최대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1% 증가한 것. 특히, 전체 거래액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 비중은 67.4%로 108조 6883억원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모바일쇼핑 거래액이 100조를 돌파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증가율은 전년 대비 24.5%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언택트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카카오의 이번 합병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은 커머스 사업의 틈새시장 공략이다. 2020년 국내 커머스 플랫폼 점유율은 네이버(18.6%), 쿠팡(13.7%), 이베이코리아(12.4%), 11번가(6.2%), 위메프(4.3%), 티몬(3.1%), 카카오(2.9%) 순이다. 점유율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카카오는 이마트·CJ대한통운과 손잡은 네이버, 자체 풀필먼트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쿠팡과 전면전을 펼치기에 부담이 있다.

    5조원에 달하는 몸값으로 평가받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면승부보다 플랫폼의 특성을 살린 틈새시장 공략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
  • 카카오와 지그재그의 유사한 사업 전략도 합병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쇼핑을 신설하고 카카오톡 화면 하단에 쇼핑 탭을 추가하며 사업 강화에 나섰다. 상품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테마 단위로 분류해 제공하는 ‘맞춤형 커머스’를 강조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호 쇼핑몰, 관심 상품, 구매 이력 등에 따른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 상품 나열이 아닌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커머스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카카오와 지그재그의 사업전략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자연스럽게 시너지도 예상된다. 카카오가 운영 중인 패션 플랫폼 ‘카카오 스타일’이나 라이브 커머스 ‘카카오쇼핑라이브’와 협력해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 나아가 카카오의 글로벌 콘텐츠 및 팬덤을 활용해 물류 접근성이 용이한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그재그의 1조원에 달하는 몸값이 너무 고평가됐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달 초 쓱(SSG)닷컴은 2020년 연간거래액 2350억원을 기록한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지분 100%를 2650억원에 매입했다. 비슷한 사례와 비교했을 때 75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지그재그를 1조원으로 평가한 것이 과도한 가치 책정이란 평가다.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과거에도 지그재그 인수를 시도했으나 금액적인 부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e커머스 시장 빅3(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 카카오가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소 무리한 투자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