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가격비교 논란에도 미이행시 최대 200만원 과태료 처분‘비급여 옥죄기’ 정책에 보건의료계 반발… 헌법소원에 이어 공동성명 예고政, 비급여 관리정책 대폭 강화… 6월 1일까지 비급여 금액 자료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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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올해부터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을 기존 병원급에서 의원급까지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연 2회 보고 의무화가 시행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이 이뤄진다. 이러한 조치에 보건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전면 급여화 속 강화되는 ‘비급여 관리정책’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을 근간으로 의료체계가 형성됐다. 미용 등 목적을 제외한 대부분 의료행위는 제도권 내에서 가격 통제를 받는다. 이를 ‘급여 항목’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고가의 검사나 새로 만들어진 의료행위 등은 재정적 이유 또는 절차적 검증 때문에 ‘비급여 항목’에 놓이게 된다. 이때 각 행위에 대한 금액은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바로 이 비급여가 국민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사회악으로 규정되기 시작됐다. 결국 국민 알권리 향상과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해 비급여 관리 대책이 만들어졌다. 

    지난 2010년 5월 의료법 45조의 1항 시행으로 ‘비급여 진료비 고지’가 시작됐고 2015년 9월에는 동법 45조의 2를 근거로 하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시행됐다. 이를 기점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홈페이지에 비급여 항목별, 병원별 가격 비교가 가능해졌다.

    특히 지난달 말 복지부가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를 확정함에 따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간 병원급 이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었지만 동네의원까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확대됐고, 공개항목도 기존 564항목에서 616항목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오는 6월 1일까지 비급여 공개 항목에 대한 진료비용 자료를 심평원 요양기관 업무포털 시스템을 통해 제출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비급여 진료현황은 오는 8월 18일 공개된다. 

    과거부터 논란의 소지는 있었지만, 현 정권에 들어서는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핵심 안건으로 설정하며 ‘전면 급여화’를 표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에 없던 비급여 옥죄기에 들어갔다. 

    ◆ 의료계, 헌법소원 대응… 도 넘은 규제정책 비판론 

    보건의료계 내부에서 비급여 관련법 추진에 대해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월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급여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한 것이 동네의원 의사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어 서울시치과의사회 역시 헌재에 비급여 관리대책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지난 20일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이 났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단체가 오늘(28일) 릴레이 성명을 발표해 대응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의 비급여 관리대책은 저수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의원급 의료기관에게 큰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며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인력이 많은 대형병원과 달리 개원가 입장에서 일련의 절차를 준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인데, 규제 수준이 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28일 서울소재 내과 원장은 “비급여 고지를 하고 있는데 또 진료비 공개가 시작된다. 여기에 보고 의무화까지 적용돼 과태료를 부과하는 종합적 대책이 시행되는데, 관련 절차를 수행할 여력이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신의료기술의 통로이기도 한 비급여를 옥죄고 보장성 강화만을 위해 정책을 설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의료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합리적 절차와 기준 없이 강행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존에도 병원급 이상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시행됐지만 단순 가격비교에 머물러 실질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소재 내과 원장은 “기관별로 인력, 장비가 다르고 환자별 진료 형태가 다른데 특정 항목에 대한 가격비교를 통해 싼곳이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은 알권리가 아니라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점이 가득한 비급여 관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대로면 의료의 질은 외면당한 채 값싼 금액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식의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