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매수권 vs 동반 매도권 '기로'10조 몸값, 경영권 분쟁 부담 "매각 차익 1조가 더 매력적"
  • 우선 매수권과 동반 매도권 중 어느 것을 선택할까?

    국내 M&A 역사상 최고가 매물로 꼽히는 한온시스템 매각을 두고 2대주주인 한국타이어가 고심하고 있다.

    자동차 공조기 세계 2위 업체로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한 매력적인 물건이지만 10조에 이를 정도인 몸값은 부담스럽다.

    19.49%의 지분을 팔 경우 단박에 1조 이상의 차익이 발생하는 만큼 신사업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의 시간은 딱 한달이다.

    한국타이어는 50.5%의 지분을 가진 1대주주 한앤컴퍼니가 일정 수량 이상 주식을 매각하면 우선적으로 인수할 우선매수 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행사시기는 6월 소멸된다.

    1조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만큼 재무적 투자자들을 영입할 경우 인수를 못할 바도 아니지만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영권 분쟁 여파가 남아있는 만큼 사업 확장을 추진할 여력이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식 입장은 이렇다. "한온시스템 보유 지분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게 한국타이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외 OEM과의 관계 설정, 타이어와 공조시스템 부품의 시너지가 낮은 점 등을 감안하면 한온시스템 지분을 무리하게 사들이기보다 매각해 차익을 얻는 것이 매력적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인수가능성을 점치는 쪽도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타이어 외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1차다. 다른 쪽에선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한온시스템 이사에 내정된 것을 들어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납품을 주 사업으로 하는 한온시스템은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 위주였던 납품처를 40%로 줄이고 포드·폭스바겐·GM 등으로 넓혔다.

    문제는 역시 몸값이다. 올해 초 이미 시총 10조를 넘었다. 최근 반도체난 여파로 9조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초대형이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에어컨 등 공조기(열관리) 전문 제조업체로 일본 토요타의 자회사인 ‘덴소’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4년 한앤컴퍼니 컨소시엄이 한온시스템 전신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약 3조8000억원에 미국 비스테온그룹에서 인수했다.

    현재 시점에서 해당 지분가치는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여기에 경영권과 미래차 기술력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7조~8조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다.

    만약 한국타이어가 우선매수권을 접을 경우 제3자 매각의 참전 기업도 주목된다. 매각 주관사가 투자레터를 보낸 국내기업은 LG와 SK, 한라 등이다. 조 단위 인수 금액과 업종 연관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투자업계에선 모빌리티에 적극성을 띄고 있는 LG를 주목한다.

    LG전자는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JV)을 세운 것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높여가는 등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한온시스템 역시 해당 사업부에서 검토에 나서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M&A 시장 단골로 등장하는 LG 역시 밸류에이션이 커진 상태다 보니 쉽사리 딜 성사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