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철퇴·발주기관 소송전에 휘청잇딴 패소에 건설사 "자정 노력 반영됐으면"
  •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국내 주택사업 호황 덕을 톡톡히 본 건설업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담합 관련 소송전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경영 부담은 물론 기업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 담합한 건설사 24곳이 국가철도공단에 679억원을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국가철도공단이 L건설 등 24개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689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철도공단이 담합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사건은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이 진행되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들은 전체 19개 공구 가운데 최저가 낙찰제로 발주된 13개 공구를 담합해 낙찰받기로 협의했다.

    공정위가 이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335억원을 부과했고 대다수의 건설사가 이를 납부하며 사태가 매듭지어지는듯 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정부가 공공 입찰 담합에 손해배상을 적극 요구하면서 기류가 급격히 바뀌었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로 끝내지 않고, 국고 손실분 환수를 이유로 건설사에 직접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입찰담합 적발시 공정위 과징금 부과, 입찰참가 제한 등 강한 패널티를 받고 있었는데 여기에 소송 리스크까지 추가된 셈이다.

    이에따라 한국가스공사 주배관공사 담합, 포항 영일만항 외곽시설 입찰 담합, 4대강 입찰 담합 등 국가 사업을 발주한 기관들과 건설사간 소송이 급격히 증가했다. 대부분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이뤄졌던 건설사 담합들이 재판에 올랐다. 1심에서 패소한 건설사들은 항소를 제기하며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건설사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지난 3월 경북 포항 영일만항 외곽시설공사 입찰담합 소송에서 법원은 정부 손을 들어줬다. S건설과 D산업, H개발, P건설·H건설 등 5곳이 공동으로 30억6300여만원을 정부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부천시가 제기한 서울지하철 7호선 부천구간 건설에 참여한 4개 건설사 입찰담합 손해배상소송에서도 S물산과 D산업, H건설, D건설이 패소했다. 건설사와 부천시는 소멸시효를 놓고 다툼을 벌였으나 법원은 결국 원고 손을 들어줬다. 이에 건설사들은 지연이자 포함 약 400억원 규모 금액을 배상하게 됐다.

    업계는 과거 벌어진 담합사례를 기반으로 한 소송전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토로한다. 올해초에도 인천시가 18개 건설사를 상대로 1327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이천2호선 입찰 담합에서 비롯됐다.

    공정위 소송승소이후 이천시도 건설사를 상대로 손배송을 시작했는데 서로 다른 손해배상 청구액을 두고 재판을 이어가는 중이다.소송 결과를 예측할순 없지만 패소시 물어야 할 금융이자비용 등을 따져보면 잠재적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부터 불공정행위 재발시 최고경영자(CEO)에게 무한책임을 묻는 담합 근절 방안을 자체적으로 시행중이다. 

    입찰담합 행위로 3회 이상 과징금 처분시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는 입찰담합 삼진아웃제를 강화하는 등 자정노력을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단합 행위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담합 사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미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건으로 또 한번 소송전까지 치루면서 수반되는 비용은 물론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데 부담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장기간의 소송에 따른 피로감과 패소시 담합 건설사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좋을 건 없다"며 "과거의 잘못은 반성하지만 이를 시정하고 바로 잡으려는 업계의 노력도 반영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