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심리 다소 위축되고 중복 청약 금지 악재 더해져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하반기 수조원대 대어급 대기대형 IPO에 공모시장 열기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과 시장 위축 우려 공존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오는 20일부터 공모주 청약 시 다수 증권사 중복청약이 금지된다. 하반기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그간 과열 양상을 보여온 공모주 청약 시장 분위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5일 의결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오는 20일부터 증권사는 청약자의 중복 청약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중복 청약한 투자자에 대해선 중복 배정할 수 없다. 동일한 투자자가 여러 건을 청약하더라도 가장 먼저 접수된 청약 건에 대해서만 배정된다. 

    그간 공모주 청약 시장에서 증권사별로 중복 청약이 가능해 일부 투자자들이 다수의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가족이나 친인척 계좌까지 동원하는 사례가 속출해왔다. 이에 공모주 균등배정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중복 청약을 막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는 공모주 중복 청약이 제한되면서 공모주 청약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 마감) 실패로 공모주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된 가운데 중복 청약 금지라는 악재까지 더해져 IPO 시장 열기가 다소 누그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상장 기업들이 잇따라 주가 부진을 겪으면서 공모주 고평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따상을 노리고 공모주 대열에 동참했지만 그만큼 실망도 커지는 모습"이라면서 "중복청약 금지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 하반기 수조원대 대어급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크다. 

    당장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이 예고돼 있다. 오는 18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예비 상장기업에 대해서만 중복 청약이 가능한데, 크래프톤은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크래프톤은 20조~30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어 중복 청약 금지 전 마지막 대어로 꼽힌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공모주 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17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LG에너지솔루션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 기업 가치를 10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연내 상장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그간 시장의 관심이 고조됐던 대어급 기업들이 대거 포진된 만큼 앞서 주춤했던 중복 청약 금지 변수에도 청약 열기가 상당 부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의 IPO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올해 IPO 규모는 지난 2010년 역대 기록(10조908억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반기에만 6조원을 상회해 올해는 20조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4월과 5월에만 대어급 기업을 포함한 37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며 "대부분 연내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 IPO 시장은 다시금 광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부진과 글로벌 주식 시장의 하락으로 IPO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기대주 SKIET도 공모가 대비 42%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올해 대어급 IPO가 다수 예정돼 있어 시장의 과열된 분위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