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켐스 인수 들여다보고 있다. 여러 방안 중 하나"2023년까지 1900억 투자, 12만→52만t 증설'질산→DNT→TDI' 밸류체인… 휴켐스 독점서 경쟁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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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화가 대대적인 사업 변화를 꾀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세정용 소재로 쓰이는 질산(HNO3) 투자로 '정밀화학기업'으로의 변화에 시동을 건다.
2023년까지 총 19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질산 공장을 건설하는게 첫번째다. 공장이 완공되면 질산 생산량은 기존 12만t에서 52만t으로 크게 늘어난다.한화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관심이 커진 반도체 세정제 등 정밀화학분야로의 사업 전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질산 독자 생산을 통해 휴켐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이 때문에 한화는 질산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 질산 90% 공급하고 있는 태광실업의 자회사 휴켐스 인수도 염두해 두고 있다. 항후 질산시장에서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18일 금융투자(IB)에 따르면 실제로 휴켐스의 경영권 매각이 진행된다면 유력한 원매자로 부상하는 기업은 단연 한화가 꼽힌다.한화 역시 "휴켐스 인수와 관련해서 진진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여지를 남겼다. 휴켐스는 실적 악화에 주 고객이던 한화의 질산 사업 진출로 시장이 경쟁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화학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와 이를 통한 사업적 시너지 효과 등을 볼 때 휴켐스의 인수는 한화그룹 차원에선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사안이다"고 말했다.휴켐스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태광실업의 '효자' 계열사로 불렸지만 최근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935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감소했고, 순이익은 498억원으로 29.2%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2017년 1526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곤두박질치며 지난해 952억원을 기록했다.태광실업은 휴켐스 지분 34.2%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박연차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은 지분 9.5%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휴켐스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수준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 44%의 시장가격은 최대 5000억원 수준이다.한화에 따르면 공장이 완공되면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질산→DNT(질산유도품)→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로 이어지는 질산 밸류체인을 구축해 수익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두 회사는 향후 질산을 활용한 고성능 복합소재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다.향후 국내 질산과 질산 유도체 시장을 넘어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질산은 특히 최근 첨단 산업 원료로 수요가 늘고 있다. 글로벌 질산 시장은 지난해 7500만t·240억달러(27조원)에 달한다.한화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시장에선 한화가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과 질산 생산량 확대를 기반으로 올해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는 올해 연간 매출액은 53조5041억원, 영업이익은 2조251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와 41.1% 개선된 수치다"라며 "하반기 한화의 실적 확장은 자회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한화의 질산 생산량 확대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에도 이 연구원은 주목했다. 질산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화약‧폴리우레탄‧반도체 등 계열사 생산량 증대가 기대되는 데다 지주사인 한화와 계열사 사이의 수익 창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이 연구원은 "한화가 생산한 질산은 자회사 한화솔루션의 제품 생산에 활용, 지주사와 자회사 사이의 밸류체인을 구축해 정밀화학기업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다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휴켐스 인수는 현재 검토사항은 아니다"라며 인수설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