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평정영', 배틀그라운드 연루 말바꾸기텐센트로부터 수수료 받은 사실 드러나향후 중국의 게임 관련 규제에 따른 실적 리스크↑IPO에 부정적 영향 예상
  • '배틀그라운드'로 알려진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텐센트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 ‘화평정영’의 수수료 수익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부인해왔던 중국과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기업공개(IPO)를 위한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 관련 위험 항목에서 텐센트의 화평정영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화평정영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모바일)의 짝퉁으로 불리며 중국에서 인기리에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이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배그 모바일과 화평정영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하지만 증권보고서를 통해 사실 관계가 밝혀지면서 대외적인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배그 모바일과 화평정영의 관계성이 있다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배그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 중단 이후 화평정영이 곧바로 출시됐으며, 이용자 데이터 승계 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중국의 규제를 우려해 공식적으로 화평정영의 수수료 수익을 부인해왔다.

    크래프톤이 배그 모바일과 화평정영의 관계를 부인해왔던 이유는 판호에 있다. 중국 정부에서 한한령 여파로 국산 게임을 대상으로 쉽사리 판호를 발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텐센트를 앞세워 우회해서 중국에 진출한 것.

    이를 바탕으로 크래프톤은 지난해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1조 41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연결 매출이 1조 670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의 84.8%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다.

    또한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요 매출처는 게임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며 “지난해 기준 A사가 매출액 68.1%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매출처”라고 밝혔다. A사는 텐센트로 추정된다. 크래프톤의 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크래프톤이 화평정영과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 판호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크래프톤이 텐센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판호를 발급하는 데 새로운 채점 제도를 도입했다. 새로운 채점 제도는 ▲관념 지향 ▲원조 창작 ▲제작 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 정도 등의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인 퇴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중국 정부가 화평정영의 퇴출이란 철퇴를 꺼내들 경우,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화평정영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1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타격이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이 화평정영과의 관계에 대한 '말바꾸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5조 6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의 공모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뢰에 금이 간 상태에서 이를 문제삼을 법적 장치가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상장을 심사하면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크래프톤이 화평정영의 관계에 대한 말 바꾸기에 대한 법적 문제를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의 상장후 시가총액은 최소 23조원으로 엔씨소프트(18조 6000억원), 넷마블(11조 3000억원)보다 크게 앞설 것으로 점쳐진다.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702만 7965주) 가치는 최소 3조 218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창한 대표는 회사 주식 68만 4255주를 보유 중으로, 상장 후 가치가 최소 3133억원에 육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