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단지-평형도 제각각임대차법 시행후 갱신·신규 괴리 심해져 갱신 포기한 재계약으로 중간값 시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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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지난해 7월 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전세시장의 이중가격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삼중가격'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84㎡는 지난달 13일 11억원(3층)에 전세계약 됐다. 하지만 같은달 28일에는 5억7750만원(10층)에 실거래됐다.

    같은 평형 아파트가 같은 달 21일에는 9억3000만원(18층)에 실거래됐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의 중간값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계약을 체결한 사례로 추정하고 있다. 층이나 향, 인테리어 등으로 많아야 10~20%의 차이를 보였던 동일 평형 아파트 전세가격이 5억원대, 9억원대, 11억원대로 삼분화된 셈이다.

    이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재계약을 체결하는 세입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정 임대차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통상 2년인 임대차 계약을 1회 연장할 수 있다. 이때 임대료 상승률은 5%로 제한된다. 갱신 계약 시 전셋값이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계약 갱신이 늘면서 전세 물건이 줄어든 데다 4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집주인이 신규 계약 전셋값을 올리면서 시장에는 두 개의 시세가 만들어졌다. 갱신 계약 시세와 신규 계약 시세다.

    세 번째 시세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예외 조항에서 출발한다. 현행법상 집주인은 본인이나 자녀, 부모님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나서면 세입자는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포기하고 신규 계약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하나의 시세가 더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전세난에 전셋값까지 급등한 상황에서 이사, 인테리어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퇴거보다는 임대보증금을 높여 재계약하는 게 낫다고 세입자도 판단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전셋값이 일제히 오르면서 임대기간이 끝난 세입자가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전셋집을 구하는 게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집주인이 퇴거를 요구한 경우 상호 협의 하에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는 게 나은 선택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다중가격 현상을 포함해 전셋값 상승, 전세난 심화, 전세의 월세화 가속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임대차법은 지난 1년간 임대차시장 불안을 야기했을뿐더러 매매시장 불안에도 한몫하고 있다"며 "정부의 당초 목표대로 시장에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