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기대감에 관련 대형주 순매수세…환율도 안정적MSCI 정기 변경 따른 수급도 지수 상승에 긍정적 영향 기대다만 경기 피크아웃 우려 여전해 증시 경계감도 맞서
  • 지난해부터 줄곧 매도세를 보여왔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도체 위주 대형주에 이들 매수세가 몰리는 가운데 한동안 수급 환경에 힘입어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경기 모멘텀 고점 논란 등 피크아웃(Peak-out·경기 고점 통과) 우려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경계감도 만만치 않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2.12% 상승한 3270.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세를 이끈 것은 단연 외국인 투자자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조552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올해 외국인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도세로 일관하면서 국내 주식 24조236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만도 4조900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내내 3200대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3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선 데엔 반도체 업종의 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삼성전자를 13조6106억원어치를 팔았던 외국인은 지난주 1조원가량 순매수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컸다"며 "외국인 수급 반전이 증시 상승을 주도했으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심은 개선됐다"고 판단했다.

    외국인이 돌아온다면 코스피의 3300선 재탈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외국인들의 유입세는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제부터 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코스피가 다시금 밴드 상단이라고 할 수 있는 3300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다시 밀릴 것인가, 이번에야 말로 분위기 반전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반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주된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1150원에서 1140원선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라며 "환율 변수가 가장 중요하다. 8월 한 달 코스피 상단은 3300~3400선까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스피는 최근 3300선 재탈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지만 지수의 하방은 매우 견고해진 상태"라며 "조정 시 비중 확대 대응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오는 12일 발표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정기 변경 결과에 따른 수급도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MSCI 지수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 이후 변경 사항은 8월 31일에 적용된다. 실질적인 패시브 자금 유입은 그때야 이뤄지겠지만 이를 예상한 액티브 자금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경기 고점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주요 경제지표는 컨센서스를 하회하며 경기 고점 논란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2일 발표된 7월 ISM제조업지수 모두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향후 경기와 기업이익 개선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증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현재의 양호한 실적, 미래 경기 우려, 정책 기대감 사이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오는 9일 발표 예정인 중국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MI)지수와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 7월 CPI에 주목하고 있다. 

    박석현 KTB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폭이 클수록 향후 물가안정 전망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고 반대로 예상을 웃돌수록 물가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면서 "물가 급등세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에 신뢰가 확보되고 미 국채금리 반등과 가치주 상대가격 회복 국면이 이뤄진다면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추가 고점 시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지속 확산하고 있는 만큼 업종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영환 연구원은 "코로나 확산을 주식시장 전반에 걸친 리스크로 인식하기 보다는 업종 관점에서 대응할 이슈로 해석하는 편이 적절하다"면서 "앞으로 꾸준할 백신 수요와 관련된 헬스케어와 코로나가 남아 있더라도 여전히 진행될 서비스 분야 회복과 관련한 리오프닝주를 동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